[배터리체크포커스]<4>미래 배터리 쟁탈전 (下)

최근 탈중국과 성능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콘셉트의 미래형 배터리가 부각되고 있다. 코발트와 같이 비싼 원료 사용 비중을 줄이는 신기술도 개발되는 중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421,000원 ▲15,000 +3.69%)·삼성SDI(480,000원 ▲8,500 +1.8%)·SK(339,500원 ▼2,500 -0.73%)온 3사는 모두 리튬메탈배터리 개발에 나선 상태다. 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배터리의 흑연 음극재를 금속 리튬으로 대체한 제품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의존도가 90% 수준에 달하는 흑연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1회 충전으로 800㎞ 주행이 가능하다.
리튬메탈배터리의 약점은 충·방전 과정에서 나뭇가지 모양의 리튬 결정체가 형성돼 수명과 안정성을 떨어뜨리는 덴드라이트 현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응집 억제형 신규 액체 전해액'을 개발했다. 삼성SDI의 경우 '겔 고분자 전해질'을 적용해 덴드라이트를 억제하는 기술을, SK온도 리튬메탈 음극 표면에 보호막을 형성해 배터리의 안전성과 수명을 끌어올리는 기술을 각각 확보했다.
최근 포스코퓨처엠(218,000원 ▲500 +0.23%)·금호석유화학(131,000원 ▲1,100 +0.85%)·BEI 3사도 '무음극 리튬메탈배터리'를 개발하기로 했다. 음극재를 사용하지 않고, 이 공간을 활용해 에너지밀도를 30~50% 높인 차세대 고성능 배터리다. 무게가 가벼워 드론을 비롯한 항공모빌리티와 고성능 전기차, 로보틱스 등 신규 시장 공략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LG화학(355,000원 ▲10,500 +3.05%)과 같은 기업은 '전구체 프리 양극재'의 양산을 지난해 시작했다. 전구체는 중국 의존도가 약 90%에 달하는 양극재 중간 소재다. LG화학은 전구체를 따로 만들지 않고 맞춤 설계된 메탈에서 바로 소성해 양극재를 만드는 방식을 개발했다.
'코발트 프리'도 미래 핵심 기술로 간주되고 있다. 코발트는 배터리의 부피와 무게를 줄이고, 안정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핵심 원료다. 보통 삼원계(NCM·NCA) 배터리에서 비중이 15~2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근 약 1년 동안 글로벌 시세가 3배 급등하는 등 가격 안정성이 떨어지는 모습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코발트 비중을 5% 이하로 줄인 하이니켈, LMR(리튬망간리치)·NMX(코발트프리) 등의 개발을 통해 바뀐 시장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며 "배터리 가격을 낮출 수 있어야 전기차의 대중화 시점을 더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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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사와 실리콘 음극재 대량 생산 체계를 구축 중입니다."
지난달 4일 포스코퓨처엠 세종 기술연구소에서 만난 유승재 음극재연구센터장은 차세대 배터리 핵심 소재로 꼽히는 실리콘 음극재 로드맵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내년 양산을 목표로 한 만큼 실제 생산까지 가속화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유 센터장은 "2024년 5월 실리콘 음극재 데모플랜트(실증 설비)를 가동한 이후 업체들과 상용화를 협의 중"이라며 "개발은 이미 완료된 상태"라고 말했다.
실리콘 음극재는 흑연계 음극재 대비 전기차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충전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는 소재로 고성능 배터리에 가장 적합한 제품으로 평가된다. 다만 충·방전 과정에서 부피 팽창과 구조 변형이 발생하는 문제가 상용화의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이에 대해 유 센터장은 "포스코퓨처엠은 흑연계 음극재 대비 5배 높은 용량을 구현하면서도 독자적인 코팅 기술을 적용해 팽창 문제를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포스코퓨처엠이 현재 생산을 준비 중인 실리콘 음극재의 함량은 약 10% 정도다.
최근에는 미국 배터리 소재 기업 실라와 협력해 실리콘 음극재 개발에도 나섰다. 탄소나노 소재 기술을 활용해 팽창 문제를 억제하고 배터리 기술을 크게 늘리는 기술을 개발한단 목표다. 또 고가 소재인 실리콘 음극재의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포스코퓨처엠의 탄소 소재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유 센터장은 향후 실리콘 음극재 수요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자율주행, UAM(도심항공교통) 등에 탑재되는 배터리에는 높은 에너지 밀도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은 고성능 연산과 모터 구동으로 많은 전력을 소모해 고성능 배터리 사용이 필수적이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는 물론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 대부분이 앞다퉈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에도 실리콘 음극재가 적극 활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포스코퓨처엠은 비코팅 저온소성 천연흑연 음극재도 개발 중이다. 유 센터장은 "비코팅 저온소성 천연흑연 음극재는 실리콘 음극재와 혼합해 사용할 경우 팽창을 억제할 수 있다"며 "글로벌 음극재 시장에서 실리콘 음극재 수요가 증가할수록 해당 제품의 수요도 함께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저팽창 천연흑연 음극재, 나노 표면처리 천연흑연 음극재 등 미래 배터리 소재 중심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지속 확장하고 있다. 차별화된 기술력을 앞세워 글로벌 배터리 음극재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나간단 계획이다.
유 센터장은 "저팽창 천연흑연 음극재는 천연흑연을 원료로 사용하면서도 고밀도 구형화 공정을 통해 소재 구조를 개선해 급속충전 성능을 높이고 팽창률을 낮춘 제품"이라며 "나노 표면처리 음극재는 일반 코팅 제품과 달리 나노 크기의 도전재를 흑연 표면에 균일하게 코팅해 고출력 성능을 보완했다"고 말했다. 이어 "포스코퓨처엠만의 독자적인 기술로 배터리 소재 시장에서 앞장서 나갈 것"이라고 했다.

"전고체 배터리(상용화 수준)를 100점 만점으로 본다면 현재 기술 수준은 이미 90점에 근접했다고 봅니다."
지난 4일 충북 청주시 오창읍에 위치한 에코프로 본사에서 만난 정현수 에코프로비엠 미래기술담당 이사는 개발 중인 전고체 소재 기술 수준을 이같이 평가했다. 에코프로비엠 내에서 차세대 배터리 소재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정 이사는 "전고체 전해질의 경우 현재 파일럿 공장에서 연간 40톤 규모로 생산하고 있으며, 내년 파일럿 양산을 목표로 하는 고객사 납품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에코프로비엠이 전고체 소재 개발에 본격 착수한 시점은 2021년이다. 기존 매출의 대부분이 양극재에서 발생하는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차세대 소재 발굴에 나선 결과 전고체 배터리를 핵심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2022년에는 오창에 수십 톤 규모 생산이 가능한 파일럿 라인을 구축했고 2023년부터는 국내 배터리 업체를 대상으로 샘플 공급을 시작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초기 시장 수요는 현재 파일럿 설비로 대응한 뒤 단계적으로 양산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정 이사는 "본격적인 대량 양산 시점은 2029~2030년을 전후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에 맞춰 양산(MP) 라인 구축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에코프로비엠이 집중하고 있는 기술은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이다. 고체 전해질은 크게 고분자계, 산화물계, 황화물계로 나뉘는데 이 중 황화물계가 가장 유망하다는 판단이다. 정 이사는 "황화물계는 액체 전해질 수준에 근접한 높은 이온 전도도를 갖고 있고 성형성이 좋아 전극과의 접촉 특성이 뛰어나다"며 "국내 배터리 3사를 비롯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대부분 황화물계에 집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양극재 역시 상용화를 염두에 둔 기술적 준비가 상당 부분 진척됐다. 에코프로비엠은 니켈 함량 90% 이상의 하이니켈 기술을 이미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전고체 배터리용 양극재 분야에서는 기존 하이니켈 양극재 표면을 코팅하는 기술만 확보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정 이사는 "이미 양극재 기본 구조는 확보된 상태로, 표면 안정화 기술을 고도화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가격 문제는 넘어야 할 산이다. 현재 고체 전해질 가격은 액체 전해질 대비 약 150배 수준으로, 이를 15~20배 수준까지 낮춰야 경제성이 확보된다는 설명이다. 정 이사는 "원재료 가격과 생산 공정 비용이 높아 가격 부담이 크다"며 "결국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가격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경쟁 환경도 변수다. 현재 기술력에서는 국내 기업이 앞서 있지만,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정 이사는 "국내 기술 수준을 90점이라면 중국은 약 70점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특히 정부 지원을 기반으로 한 가격 경쟁력이 위협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정 이사는 차세대 모빌리티, 휴머노이드 등 미래 시장에서 전고체 배터리의 쓰임이 본격화할 것으로 봤다. 전고체 배터리가 고밀도·고안정성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어서다. 그는 "휴머노이드 로봇, 도심항공교통(UAM), 방산 등 고에너지밀도와 안전성이 중요한 분야에 먼저 적용될 것으로 본다"며 "이후 프리미엄 전기차 등 전기차 영역으로 점차 적용 범위가 넓어질 것"이라고 했다.
에코프로비엠의 목표는 전고체 소재를 계기로 '종합 배터리 소재 기업'으로의 전환하는 데 있다. 양극재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전해질과 음극재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정 이사는 "양극재, 전해질, 음극재(실리콘)를 모두 아우르는 소재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