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스라엘 이란 공격]

이란발 중동 지역 분쟁이 격화되면서 중동 내 정유 설비 타격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세계 5위 수준의 정제 능력을 보유한 한국의 입지가 재부각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아시아에서 최대 정제능력을 보유한 중국이 이란산 원유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국내 정유업계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의 정제 능력은 하루 336만 배럴로 전 세계의 3.2% 수준에 해당된다. 국가별로 보면 세계 5위 규모다. 이는 중동의 대표적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328만 배럴·3.1%)와 이란(246만 배럴·2.4%)의 정제 능력을 웃도는 수치다. 특히 한국은 아시아에서 중국·일본에 이어 석유제품을 3번째로 많이 수출하는 국가다.
이같은 우리 정유사들의 정제 능력 규모는 최근 중동 지역 정세 불안과 맞물리면서 전략적 의미 측면에서 한층 더 주목받고 있다. 이란 사태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전체 정제 능력의 17%를 차지하는 라스 타누라 정제 설비(55만 배럴·bpd)가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가동을 중단한게 대표적이다. 중질유 제품군 마진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이란 원유 수출의 약 90%를 담당하는 핵심 시설인 하르그 섬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중국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 원유의 80% 이상을 소화해온 중국 정유사들 입장에서는 원료 수급 부담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경희 LS증권 연구위원은 "중국에서만 최대 하루 570만 배럴 수준의 물량이 감소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이에 따라 아시아 지역 내 수급이 축소되면서 단기적으로 한국 정유사의 마진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설비가 멈춘 것도 국내 정유업계에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정유산업은 대표적인 고(高)에너지 산업으로, 정유사들은 LNG·부생가스 등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유럽 정유사들의 경우 LNG 의존도가 높은 만큼 수급 차질은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가스 생산 차질에 따라 유럽발 정유 생산량 감소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일단 업계에서는 이란 사태의 조기 종식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유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면 대규모 정제 능력도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가 불안이 장기화되면 석유제품 수요 둔화로 이어질 수 있어 원가 부담과 수요 위축이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타격을 입은 정유 시설의 복구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반면 긴장 완화에 따른 원유 수급 정상화는 비교적 즉각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며 "정제마진 개선 논리가 유효하려면 유가 급등은 제한적이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에너지비상대응반을 가동해 연일 회의를 열고 있고, 이날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유 기업들 역시 비상회의를 소집해 원유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동 지역 정세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원유 도입선 다변화와 비상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