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나프타 직격탄 맞은 석유화학..장기화시 전방 산업 휘청

유가·나프타 직격탄 맞은 석유화학..장기화시 전방 산업 휘청

김지현 기자
2026.03.09 17:30

울산 일부 화학사 감산 돌입…여수·대산 등도 가동률 하향 조정 예정

나프타 가격 추이, 브렌트유 가격 추이/그래픽=이지혜
나프타 가격 추이, 브렌트유 가격 추이/그래픽=이지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이 2주째에 접어들며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이 감산에 나섰다. 나프타 등 원료 수급 차질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산업계에서는 전쟁이 장기화되면 충격이 전방 산업으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지오센트릭·대한유화(121,500원 ▼2,300 -1.86%)·S-OIL(에쓰오일) 등 울산 산단(산업단지)의 화학사들 중 일부가 가동률 조정에 들어간 상황으로 확인됐다. 가동률 80~90%를 유지하던 한 화학사의 경우 최근 원유와 나프타 수급 상황을 고려해 가동률을 낮추기로 결정했다. 이란 사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이같은 설비 가동률이 60% 이하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수 산단 기업들도 이번주 내로 이란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본격적인 가동률 조정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산단 내 롯데케미칼(71,200원 ▼4,200 -5.57%) 설비는 정기 보수를 앞두고 있어 추가적인 감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천NCC는 지난 4일 고객사에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3월 인도 예정이었던 원료 나프타 도착이 크게 지연돼 제품을 공급하지 못할 수 있다"며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울산 산단 화학사의 한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감산 기조에 들어간 상태"라며 "이번달까지는 대부분 버틸 수 있겠지만 다음달부터 원료 수급 대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어 미리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수에 위치한 한 업체 관계자 역시 "산단 내 기업들 대부분 가동률 하향 조정을 검토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화학사들의 조치는 자칫 설비 '셧다운'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이후 화학 산업의 필수재인 나프타와 원유 수급이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로 들어오는 수입 나프타의 54% 가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왔다. 전체 원유 수입에서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했다. 이란 사태 이후 나프타 가격은 23% 급등한(지난 5일 기준) 것으로 파악되고 있고,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기 시작했다.

문제는 호르무즈 해협이 언제 열릴지 모른다는 점이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석화 제품의 원료인 나프타를 1개월 분량 정도 비축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스팟(단기 현물매매) 시장에서 나프타를 추가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가격이 급등해 수익성 부담이 크다는 설명이다.

경기 의왕시 의왕ICD 터미널에 화물차들이 주차돼 있다 /사진=뉴스1
경기 의왕시 의왕ICD 터미널에 화물차들이 주차돼 있다 /사진=뉴스1

국내 주요 산업군은 그간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중국과의 가격 경쟁력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지난 5일 중국은 이란에 호르무즈해협의 정상적인 통과를 요청했다. 양국이 오랜 기간 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점을 감안하면 시장에서는 이란이 중국의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최악의 시나리오는 중국만 이란산 원유를 안정적으로 조달받게 되는 것"이라며 "공급 자체가 막히는 상황에서 필요한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중국에게는 상당한 혜택이 된다"고 지적했다.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화학제품 감산폭이 확대되면 전자와 건설, 자동차, 유통, 생필품 등 다양한 업종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석유화학 제품이 전방 산업의 주요 부품이나 포장재 등의 원재료로 쓰이고 있어서다. 여기에 고환율까지 겹치면서 재계 전반에 긴장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전쟁 여파로 유가·환율 등 변수가 많아 그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수출이 호조세라면 환율 상승이 일부 완충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리스크가 상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게 산업계의 시각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화학업계와 관련해 "업황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유가 급등을 판매가에 충분히 전가하기는 어렵다"면서 "주요 제품 스프레드(톤당 마진) 축소 압력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기존 업황 악화로 가동률을 선제적으로 줄였는데 추가로 낮출 수밖에 없는 상태"라며 "장기전으로 가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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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산업1부 김지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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