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이클 자원강국]<1>순환경제에 미래를 건다②뉴노멀·뉴트렌드로

자원 리사이클링 기술은 '도시유전'과 '도시광산' 등의 개념으로 불린다. 폐기물에서 뽑아낸 원료를 바탕으로 석유 제품 및 광물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글로벌 자원 공급망이 재편되는 흐름 속에서 기업들이 리사이클링 기술에 더욱 관심을 보이고 있는 배경이다.
금호석유화학(131,800원 ▼8,300 -5.92%)이 최근 양산을 개시한 '에코-SSBR(친환경 고기능성 합성고무)'의 경우 리사이클링을 통해 석유 제품을 자체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식이다. 타이어용 합성고무는 석유 기반 원료인 스티렌과 부타디엔을 합성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여기서 폴리스티렌(PS) 등 폐플라스틱을 열분해해 얻은 재활용 스티렌을 적용해 만드는게 '에코-SSBR'이다.
이같은 순환경제 구조가 뿌리내린다면 자원의 자체 수급이 용이해질 수 있다. 최근 중동 사태 발발 이후 원재료인 원유와 나프타 수급 문제가 대두됐던 점을 고려할 때 더욱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국내에 수입되는 원유의 65%, 나프타의 54%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닫힌 이후 자원 수급 문제가 국가적 화두로 떠올라서다.
순환경제의 가치는 앞으로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승재 DB증권 연구원은 "갑작스런 전쟁으로 신재 플라스틱 가격이 치솟았으며 재활용 플라스틱에 대한 대체 수요가 급등하고 있다"며 "글로벌 소비재 기업들은 원가 우려와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원료 도입 시기를 앞당길 것"이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점 역시 관련 변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원료 단계부터 최종 제품까지 공급망 전반에서 탄소 배출 저감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오는 8월부터 PPWR(포장 및 포장폐기물 규정)을 시행하고 재생원료 사용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실제로 타이어 마모로 인한 미세먼지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유럽 '유로7' 규제 흐름 속에서 금호석유화학은 '에코 SSBR'의 활용처가 확장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한국타이어 외에도 글로벌 타이어 제조사들과 공급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에코 SSBR'에 대해 "고객사의 탄소 감축 목표 달성까지 지원할 수 있는 전략적 소재"라며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생산 확대를 통해 글로벌 친환경 타이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들은 이같은 변화에 즉각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바스프를 비롯해 LG화학(425,000원 ▲1,500 +0.35%)·수에즈·사이언스코·미쓰비시화학·사빅·지멘스에너지 등 글로벌 선도 화학사들은 GIC(글로벌임팩트연합)를 통해 자동차 재활용 파일럿을 진행했다. 불황 속에서도 순환경제 트렌드를 놓칠 수 없다는 절박함이 반영된 행보다. GIC는 개별 기업 차원에서 추진이 어려운 재활용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협의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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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분쟁의 증가, 보호무역의 강화 자체가 뉴노멀로 작용하면서 이 트렌드가 전 광물 및 산업으로 퍼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폐배터리 재활용을 통해서는 니켈과 코발트, 망간, 리튬 등 핵심 금속을 확보할 수 있다. 고려아연(1,560,000원 ▼187,000 -10.7%)과 같은 기업은 폐영구자석을 통해 희귀 금속인 희토류를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고려아연이 생산한 은·동 제품의 경우 글로벌 인증 전문기관인 SGS로부터 '100% 재활용 원료' 인증을 받았다.
광물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차원에서 리사이클 사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원이 곧 안보인 상황 속에서 순환경제의 전략적 가치는 해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