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이클 자원강국]<1>순환경제에 미래를 건다③세계 3대 '화학적 재활용 기업'

"자원이 제한적인 국가일수록 재활용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달 30일 경기 판교 SK케미칼 연구동에서 만난 김성기 기능소재부문 실장(사진)은 순환경제의 중요성을 이렇게 역설했다. 그는 "전세계 어디를 가든 폐기물은 존재하고, 인간이 살아가는 한 계속 (폐기물이) 나올 것"이라며 "이를 자원화하는 기술을 확보한다면 사실상 무한한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활용이 단순 환경 보호 차원이 아니라 자원 안보·산업 지속성과 직결된다는 의미다.
현재 전세계에서 화학적 재활용 소재 상용화에 성공한 기업 중 세 손가락에 꼽히는 곳이 SK케미칼이다. 김 실장은 "화학적 재활용 기술은 폐플라스틱을 분자 단위 원료로 되돌릴 수 있어 수입 원료를 대체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국내 산업의 원료 경쟁력을 뒷받침할 핵심 요소로 보고 관련 기술과 인프라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 제품은 '스카이펫 CR'이다.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사용하면서도 석유 기반 플라스틱과 사실상 동일한 수준의 품질과 물성을 구현했다. 투명성과 내구성, 안정성 등 고품질이 요구되는 분야에도 적용 가능하고 재활용 횟수가 늘어나더라도 품질 변화가 크지 않은게 특징이다.
현재 스카이펫 CR은 식음료 패키징 분야에서 이미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SK케미칼은 삼다수와 오뚜기(356,000원 ▼1,000 -0.28%), 국순당(4,175원 ▼40 -0.95%) 등 국내 주요 식음료 기업들과 협업 중이다. 글로벌 음반 제작사 소노프레스와도 친환경 LP판 '에코레코드'를 공동 개발했다. 에코레코드는 콜드플레이 등 글로벌 아티스트 앨범에 사용되며 상업화 단계까지 이어졌다.

스카이펫 CR의 활용 범위는 적용이 까다로운 자동차 분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SK케미칼이 효성첨단소재·한국타이어와 타이어코드(타이어 보강재)를 개발한게 대표적이다. 김 실장은 "타이어코드는 주행 중 반복되는 하중과 고온 환경을 견뎌야 하는 만큼 페트(PET)의 분자 구조와 강도, 내열성, 장기 내구성을 정밀하게 관리해야 한다"며 "검증 기간도 평균 3년 정도로 긴 편"이라고 소개했다.
SK케미칼은 아울러 글로벌 카매트 시장 점유율 1위인 오스트리아 듀몬트와도 카매트 성능 시험을 마쳤다. 듀몬트는 해당 매트를 완성차업체들과 테스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케미칼은 화학적 재활용 사업을 중장기 포트폴리오 전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섬유와 전기·전자 등 다양한 산업용 분야로 화학적 재활용 PET 적용 비중을 확대하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국에 리사이클 원료 혁신센터(FIC)를 구축하고 화학적 재활용에 필요한 폐플라스틱 원료를 자체적으로 확보하는 구조도 마련하고 있다. 이를 통해 원료 비용을 약 20%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폐플라스틱 분리·분쇄 설비까지 확보해 원료 수급부터 소재 생산까지 이어지는 '클로즈드 루프'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울러 품질 경쟁력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FIC에서는 제품의 추적성을 확보할 수 있는 인증 체계를 준비 중이다. 김 실장은 "원료인 폐플라스틱이 어디서 수거됐고 생산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등을 고객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제품 신뢰도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라며 "재활용 솔루션 확보는 결국 장기적인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스메틱과 식음료, 자동차 등 주요 산업에서 재생 원료를 적용하지 못하면 기존 소재 자체를 사용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신호가 점점 명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