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영업이익의 10.5%' 한도 없는 성과급 지급 합의…사업부 실적별 차등과 자사주 지급 등 반영

삼성전자 노사가 DS(반도체)부문 직원에게 영업이익의 10.5%를 한도 없이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파격적인 보상안에 합의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합의를 계기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움직임이 산업계 전반에 확산될 가능성을 주목한다. 다만 삼성전자는 사업부별 차등과 자사주 지급, 영업이익 달성 조건 등을 넣으면서 '영업이익의 N%' 요구가 도미노처럼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도 함께 마련했다.
21일 삼성전자(299,500원 ▲23,500 +8.51%) 노사가 서명한 '2026년 성과급 노사 잠정 합의서'에 따르면 성과급은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되는 '성과인센티브(OPI)'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으로 구분해 지급된다.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은 사업성과(영업이익)의 10.5%로 정했고 지급 한도는 없다. 성과급 제도는 향후 10년간 운영된다.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방식이 공식화되면서 산업계 전반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노동계에서 비슷한 요구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에서 우려했던 '영업이익의 N%를 무조건 현금으로 지급하는 구조'로 완전히 굳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산업계 도미노 우려를 일정 부분 줄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성과급 구조 곳곳에 안전장치를 넣었다. 가장 대표적인게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을 단순 일괄 배분하지 않고 '부문 40%·사업부 60%' 구조로 나눈 점이다. DS부문 영업이익의 40%는 전체 DS부문이 나눠 갖고, 나머지 60%는 메모리·파운드리·시스템LSI·공통조직 등 사업부 실적에 따라 차등 배분하는 방식이다.
당초 노조는 '부문 70%·사업부 30%'를 주장하며 DS부문 전체가 보다 폭넓게 나눠 갖는 구조를 요구했다. 하지만 회사 측의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경영 원칙이 반영되면서 사업부별 실적 차등 구조가 유지됐다. 수익성이 낮거나 적자를 내는 사업까지 동일 비율로 보상하는 구조는 피하게 된 셈이다.

특별경영성과급을 세후 전액 자사주로 지급하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현금 성과급 확대와 달리 단기 현금 유출 부담을 줄이면서 직원 보상과 주주 이해관계를 일정 부분 연동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급받은 자사주의 가치가 주가 흐름과 연결되는 만큼 장기 성과에 대한 책임도 함께 공유하는 구조다. 엔비디아와 애플, 아마존 등 글로벌 주요 기업 역시 주식 중심의 성과 보상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지급된 자사주의 3분의 1은 1년, 나머지 3분의 1은 2년간 매각을 제한한 점도 단기 차익 실현보다 중장기 기업가치와 연동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PSU(성과연동주식보상)를 도입하며 성과급과 기업가치를 연계하는 체계를 강화한 바 있다. 성과급 지급을 위한 자사주 매입 역시 일정 부분 기업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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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지급에 영업이익 달성 조건을 붙인 점도 중요한 안전장치로 꼽힌다. 2026~2028년은 DS부문 영업이익이 연 200조원을 넘을 때 지급되고, 2029~2035년은 연 100조원 달성을 조건으로 정했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2028년까지 300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해 향후 3년간 조건 충족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조건이 향후 통상임금, 퇴직금 산정 논란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법원은 성과급을 원칙적으로 '임금'으로 보지 않는 판단을 유지해왔다. 대법원은 올해 초 삼성전자 퇴직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OPI(옛 PS)는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다만 영업이익의 N%를 성과급으로 정기 지급하는 구조가 명문화될 경우 회사 재량권이 줄고 지급 확정성이 높아졌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업황과 관계없이 일정 비율을 반복 지급하면 '근로의 대가' 성격이 짙어질 수 있다. 삼성전자가 영업이익 조건과 사업부별 차등 지급 구조를 넣은 것도 성과급이 사실상 고정급으로 굳어지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2024년 대법원 역시 "근무 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은 일반적으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향후 메모리 다운사이클 가능성까지 감안해 고정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조가 요구한 성과급을 제도화하고 고정해 산식이 만들어지면 (성과급에 대한) 법원의 판단도 달라질 수 있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이런 가능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어 변수를 많이 넣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