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K-거버넌스의 올바른 비전 세미나

국내 주요 대학 경영·경제·행정·회계 분야 연구진과 기업 거버넌스 전문가들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획기적인 지배구조 개선과 혁신 기업이 안심하고 기업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정부의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24일 서울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자본시장 선진화 및 기업 혁신을 위한 K-거버넌스의 올바른 비전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는 조우제·임재현 교수(서울대 경영학과), 신동혁·박상찬 교수(KAIST 경영공학과), 조대곤·이지윤 교수(연세대 경영학과), 김범준 교수(가톨릭대 회계학과), 권남호 교수(숭실대 행정학과), 김형진 교수(명지대 미래융합경영학과) 등 학계 인사들과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김희경 법무법인 도영 대표변호사 등이 참석해 획일적 규제에서 벗어나 혁신기업의 성장을 지원할 다층적 K-거버넌스를 모색했다.
발제자로 나선 유효상 원장은 경영권 분쟁 사례와 국내 대기업 지배구조 현황을 짚으며, 특히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 쿠팡의 복수의결권 구조를 집중 분석했다.
유 원장은 "쿠팡 상장 당시 주요 재무적 투자자(FI)들이 대규모 지분을 보유한 상황에서 오버행(잠재적 대량 매도) 이슈가 불거질 수 있었다"며 "이를 방지하고 창업자에게 온전히 경영을 일임하기 위해 29배의 복수의결권 구조가 도입된 측면이 크다"고 진단했다.
현재 김범석 의장의 지분율은 8%대로 알려져 있지만 전체 의결권의 70% 이상을 행사한다. 이에 대해 유 원장은 "단기 주가 변동이나 외부의 경영권 흔들기에 굴하지 않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혁신 경영에 집중하도록 고안된 제도적 장치"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쿠팡의 지배구조가 오히려 창업자의 도덕적 해이를 막는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고 봤다. 유 원장은 "김 의장이 보유한 클래스B 주식은 매각 시 일반주식(클래스A)으로 전환돼 의결권이 1주당 1표로 대폭 축소된다"며 "국내 일부 벤처 기업 경영진처럼 상장 직후 주식을 내다 팔아 사익을 챙기는 행위 자체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창업자가 기업과 운명을 같이하도록 결속시키는 강력한 '락인(Lock-in)'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아울러 "소수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국내 전통 대기업 체제와 달라, 쿠팡은 김 의장을 제외한 이사회 구성원 전원을 독립이사로 채워 글로벌 수준의 투명성을 확보했다"며 "이러한 지배구조가 뒷받침됐기 때문에 초기 천문학적인 적자에도 불구하고 한국 이커머스 시장 판도를 바꾼 물류 혁신 투자를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혁신 기업의 지배구조와 제도를 바라보는 유연하고 다층적인 시각이 제기됐다.
독자들의 PICK!
김범준 교수는 "1주 1표라는 주주 평등 원칙을 지키면서도 성장 기업의 경우 창업자의 장기적인 책임 경영을 유도할 수 있는 지배구조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 지배구조를 평가할 때는 주주 권익과 경영 안정을 함께 달성할 수 있는 다층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지윤 교수는 재무적 관점에서 "스타트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대규모 외부 자본 유치가 필수적인 만큼 경영권 흔들림 없이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전장치가 유용하게 작동할 수 있다"면서도 "제도의 남용을 막는 적절한 견제 장치와 함께 기업의 성장 단계별 특성을 지원하는 균형 잡힌 거버넌스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희경 변호사는 "좋은 기업은 국경을 골라 갈 수 있는 시대다"며 "그런데 한국은 기업을 붙잡을 매력도, 투자자를 안심시킬 신뢰도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획기적인 지배구조 개선과 혁신 기업이 안심하고 기업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정부의 전향적인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번 첫 세미나를 시작으로 대한민국 경제를 견인할 혁신 기업들이 글로벌 경제력을 갖출 수 있도록 K-거버넌스의 새로운 방향성을 지속 모색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참가자들은 자본시장 선진화와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깊이 있는 논의를 정례화해 우리 사회에 유의미한 정책 화두를 던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