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중반대로 23개월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3분기 실적을 앞둔 산업계의 손익 계산이 엇갈리고 있다. 국내에서 만들어 해외에 파는 완성차업계는 수익성 하향 조정이 불가피해진 반면 비용을 달러로 치르는 항공업계는 운임 강세까지 겹치며 깜짝 실적이 기대된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완성차업체는 국내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해외로 수출하는 구조여서 환율이 내려가면 수익성도 떨어진다. 생산 비용은 원화로 나가는데 판매 대금은 달러나 유로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현대차(393,000원 ▲9,500 +2.48%) 기준으로 국내 공장에서 생산되는 약 200만대 가운데 130만대가 수출 물량이고 이 중 70%가량이 달러, 20%가량이 유로로 결제된다.
다올투자증권에 따르면 연간 기준으로 환율이 100원 변동할 때 현대차는 약 1조9000억원, 기아(128,400원 ▲1,900 +1.5%)는 약 1조4000억원의 영업이익 변동이 발생한다. 영업이익률로는 약 1%포인트(p)가 움직인다. 3분기 평균 환율이 1430원까지 내려간다고 가정하면 2분기 평균(1501.9원) 대비 4.8% 낮은 수준으로 실적 추정치 하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원·엔 환율의 방향성도 중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 원·엔 환율은 860원대 수준으로, 2014년 이후 원화가 엔화 대비 강세를 이어가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 등 주요 수출시장에서 일본업체와 경쟁하는 구조여서 엔화가 상대적으로 약할수록 가격을 낮추거나 인센티브를 늘릴 여력을 확보할 수 있는 일본업체는 같은 값에 팔아도 자국 통화로 환산한 수익이 더 커진다. 반대로 한국 업체는 수출 시장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올 들어 고유가 등으로 부진을 겪어온 항공업계는 분위기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유류비와 항공기 리스료, 정비비 등 주요 비용의 달러 비중이 높아 원화가 강세로 갈수록 원화 환산 비용이 줄어들어서다. 항공기 도입 과정에서 떠안은 외화부채의 평가 부담이 완화되면서 영업외 손익도 함께 개선된다. 특히 LCC(저비용항공사)의 수혜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4,625원 ▼90 -1.91%)과 진에어(6,180원 ▲40 +0.65%), 트리니티항공(2,770원 ▼30 -1.07%)은 일본·동남아 등 근거리 노선의 한국발 여객 비중이 높아 매출이 원화 위주고 비용은 달러로 나가는 구조라서다.
게다가 근거리 아웃바운드(해외) 여행과 장거리 인바운드(방한) 여행·환승, 항공화물 수요가 모두 증가하며 운임까지 뒷받침되고 있는 것도 호재다. AI(인공지능)발 산업계 물량에 힘입어 대한항공(30,350원 ▲150 +0.5%)의 항공화물 운임은 지난 7~8월에도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노선을 중심으로 수요 강세가 이어진 LCC들도 여름 성수기를 거치며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유가 상승분이 환율 하락으로 상쇄되면서 비용 측면의 불확실성도 줄였다는 평가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에는 사실상 모든 업체들의 이익이 더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