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이란 전쟁으로 불거졌던 국내 원유 수급 불안이 해소 국면에 접어들었다. 정부와 정유업계의 공급망 다변화와 비축유 활용에 힘입어 원유 도입량이 평시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석유제품 생산과 수출 면에서도 국내 정유업계의 공급 대응력이 재확인됐다는 평가다.
13일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 원유 도입량은 9318만 배럴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9.8% 증가했다. 이란 전쟁이 발발한 지난 2월 28일 이후 월간 원유 도입량이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3월부터 6월까지 원유 도입량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7%, 21.6%, 22.9%, 12.6% 감소했다.
정부와 정유업계가 합심해 원유 도입처를 다변화하면서 공급 차질이 해소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올해 상반기 중동산 원유 수입량은 2억9118만 배럴로 전년 동기보다 16.5% 감소한 반면 미국산은 9587만2000배럴로 14.2% 증가했다. 캐나다산과 에콰도르산도 각각 160.8%, 422.1% 늘었다. 아프리카산 수입량 역시 156.7% 급증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도입한 비축유 스와프 제도가 원유 수급 안정에 주효했다고 평가한다. 지난 4월부터 시행된 비축유 스와프는 정유사가 해외에서 확보한 대체 원유가 국내에 도착하기 전 정부 비축유를 우선 공급하고 이후 해당 원유가 국내에 도착하면 이를 비축기지에 반환하는 방식이다. 원유 확보와 국내 도입 사이의 시차를 정부 비축유로 메우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실제 중동 밖에서 원유를 들여오는 과정에 적극 활용했고 현장에서도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안다"며 "대체 원유 확보를 전제로 비축유를 활용하기 때문에 최후의 수단인 비축유 자체가 소진되는 상황도 피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원유 도입과 함께 석유제품 생산도 평상시 수준을 되찾았다. 7월 국내 석유제품 생산량은 1억491만 배럴로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1억 배럴을 넘어섰다. 지난해 월 평균 생산량인 1억542만 배럴과도 근접한 수준이다.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이 정부의 최고가격제와 매점매석 고시 정책에 협력하며 휘발유·등유·경유 등 필수 석유제품의 안정적인 국내 공급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국내 정유업계의 공급 대응력은 수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윤활유의 원료가 되는 윤활기유 수출이 크게 늘었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7월 국내 윤활기유 수출액은 8억362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5월 5억5629만 달러, 6월 7억769만 달러에 이어 석 달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란 전쟁으로 중동 지역의 고성능 윤활기유 생산시설이 타격을 입으면서 국내 업체들이 대안으로 부상한 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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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국내 석유제품 공급과 수출이 안정되면서 에너지 수급 불안을 겪는 주변국의 공급 요청도 이어지는 양상이다. 호주와 뉴질랜드 등 일부 우방국에서 휘발유·등유·경유 등 필수 석유제품 공급에 어려움이 발생하면서 한국 정유업계에 대한 공급 요청이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정유업계는 글로벌 원유 수급 차질이 해소될 때까지 국내 석유제품의 가격과 수급 안정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글로벌 석유제품 공급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