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대전환이 시작됐던 2016년을 돌아보면 우리는 알파고의 충격 이후 AI를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한동안 분주하기만 했다. 많은 논의 끝에 인재 양성이 먼저라는 데 뜻이 모였고, 그렇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으로 인공지능대학원 사업이 첫발을 뗀 지 올해로 8년째다.
5개 대학으로 출발한 사업은 현재 10개 대학으로 확대됐고, 척박했던 출발을 떠올리면 그사이 거둔 성과는 놀라울 정도다. 인공지능대학원의 교육과 연구 수준은 세계 무대에서도 손색이 없다. 세계 컴퓨터과학 연구력 지표인 CS랭킹에서 KAIST는 2024년 AI 분야 세계 2위·아시아 1위에 올랐다. NeurIPS, ICML, CVPR 같은 최정상 학술대회에서 우리나라 저자의 논문 수가 미국, 중국 다음의 3위권이라는 것도, 이런 무대에 석사과정 학생이 제1저자로 논문을 싣는 것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풍경이다.
졸업생들은 대기업은 물론 AI 스타트업과 중소·중견기업의 핵심 연구개발 인력으로 진출하고 있다. 도전과 혁신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인공지능대학원 졸업생들이 찾아가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자리를 채우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 대학 교수로 임용되는 졸업생이 늘고 있다. 대학원이 길러낸 인재가 다시 후배를 길러내는 인재 생태계의 선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대학원 졸업생의 취업률이 낮다거나 우수 인재가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숫자의 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고급 인력일수록 자신의 전공에 맞는 자리를 찾는 데 시간을 들인다. 졸업 후 원하는 곳에 가기 위해 잠시 연구실에 머무르는 기간이나, 박사학위 취득 후 경력을 쌓으려 해외 박사후연구원으로 나가는 경우도 '미취업'이나 '해외 유출'로 잡힌다. 그래서 졸업 직후 취업률은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지만, 졸업 후 본격적인 구직 및 탐색기간을 거치며 다른 전공보다 높은 취업률을 보인다. 졸업생들이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원하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이다.
이제 인공지능대학원은 지난 8년간 쌓은 인재 역량을 발판 삼아 우리나라의 'AI 3대 강국' 도약의 견인차가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세 가지 '연결'이 필요하다. 첫째는 대학과 현장의 연결이다. AI의 최신 연구는 대규모 데이터와 컴퓨팅 자원, 실제 현장의 문제에서 나오고, 현장의 혁신은 다시 대학의 원천 연구와 인재에서 나온다. 산업체 공동지도 교수제, 산학 연구 인턴십, 기업·공공 데이터와 컴퓨팅 자원의 대학 개방처럼 졸업 전부터 대학과 현장이 엮이도록 해야 한다.
둘째는 국내와 세계의 연결이다. 지난 8년이 우리가 세계 무대에 올라선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세계의 연구를 이끄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국제 공동연구와 교류를 넓혀 글로벌 난제를 함께 정의하고 풀어 가야 한다. 인재 역시 국내 인재의 해외 진출뿐 아니라 해외 인재의 국내 유입까지 아우르는 '두뇌 순환' 구조를 갖춰야 한다.
셋째는 인재와 도전의 연결이다. AI는 본질적으로 도전적인 분야다. 기업은 당장 쓸 인력만 찾기보다 고급 연구 인력이 어려운 문제에 도전할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대학도 논문 편수에 매달리기보다 도전적인 연구와 창업, 산업과 사회에 대한 기여로 성과의 폭을 넓혀야 한다. 정부도 양적 지표를 넘어 도전을 평가하고 과감한 투자로 뒷받침해야 한다. 가장 뛰어난 인재가 가장 어려운 문제와 만날 때, 세계를 앞서는 성과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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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년간 인공지능대학원은 세계 수준의 인재 양성 체계를 세웠다. 이제 이 인재들이 산업과 공공, 일상 곳곳의 AI 대전환 현장에서 역량을 펼치도록 대학, 기업, 정부가 함께 연결을 설계하는 일이다. 잘 길러낸 인재를 잘 연결하는 것, 그것이 AI 3대 강국으로 가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글 / 이지형 인공지능대학원협의회 회장 (성균관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