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서울은 왜 패션에 약하나?

[기자수첩]서울은 왜 패션에 약하나?

김유림 기자
2009.07.27 16:58

뉴욕, 파리, 밀라노, 런던, 도쿄. 자연스럽게 패션을 떠올리는 도시들이다. 모두 세계적인 수준의 패션 행사(패션위크, 패션쇼와 쇼룸 상담 등 패션 행사가 집중된 패션주간)가 연중 두 차례 열려 세계인의 관심과 시선을 집중시킨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라는 영화를 보면 파리 패션위크가 얼마나 방대하고 활력 있는 행사인지 알 수 있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개성과 자존심을 맘껏 뽐내는 장이면서 신진 디자이너들이 이름을 얻는 등용문이 되기도 한다. 전세계 패션 업계 바이어들이 이들 도시에서 열리는 패션위크에 참석하길 고대하고 구매 또한 활발히 이뤄진다. 패션위크는 거대한 문화 축제이면서 마켓으로서의 역할도 충분히 해 낸다.

최근 원대연 한국패션협회 회장은 기자 간담회를 자청해 우리나라에는 왜 이런 패션 행사가 없을까라고 자문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주된 원인은 행사 주최인 서울시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패션 디자이너들 사이의 불협화음이다.

디자이너들은 행사를 주최하는 서울시가 돈을 댄다는 이유로 패션위크 행사를 너무 관료적으로 운영한다고 보고 있다. 심사위원단이 공무원 위주로 구성돼 패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도 디자이너들로서는 못마땅하다. 한 무대에서 여러 명의 디자이너가 돌아가면서 작품을 출품해야 하는 방식도 창의성이 생명인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걸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에 반해 서울시는 명성만 화려하고 수출도 하지 않는 중견 디자이너들이 기득권에 기대려는 심리가 너무 강하다는 것이 불만이다. 서울 패션위크가 국내 의류 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발판이 되었으면 하는데 일부 디자이너들이 내수 시장에 안주하며 기득권 지키기에만 급급하다는 것이다. 원 회장은 "서울컬렉션의 주관객이 패션을 공부하는 학생이나 연예인, 국내 고객인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근 리처드 채, 두리 정, 필립 림 같이 뉴욕과 파리에서 인정받는 한국계 디자이너들의 활약이 눈부실 정도다. 이들은 국내 패션무대를 통하지 않고 해외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아 성공했다.

중견 디자이너들이 기득권 유지에만 급급하다면 국내에서 제2의 두리 정을 기대하는 것은 요원한 일일 것이다. 서울시도 누구나 납득할만한 명백한 심사 기준을 만들어 잡음이나 불협화음이 일지 않는 토양을 조성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왜 이런 패션 행사가 없을까란 고민을 더 이상 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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