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박 모씨(29)는 최근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 매장을 찾았다. 다이어리 하나에 몇 십 만원하는 가격에 눈부터 휘둥그레졌다. 수 백 만원하는 핸드백은 무리라고 생각한 박 씨는 그나마 '저렴한'(?) 목걸이 하나를 큰마음 먹고 샀다.
진짜 금도 아니지만 에르메스의 상징인 'H' 이니셜 모양의 펜던트에 혹해 37만 원이라는 거금을 들였다. 그런데 몇 번 써보니 목걸이 줄이 구겨졌다. 참다못해 매장에 갔더니 직원은 사용상의 문제라며 8만 원을 주고 줄을 새로 구입하라고 한다.
더 황당한 것은 프랑스 본사에 개별주문을 해야 해 3개월은 있어야 물건을 받아볼 수 있다는 직원의 말. 박씨는 속이 부글부글했지만 에르메스 이름값 하나 보고 금도 아닌 목걸이를 산 자신의 '허영'부터 탓하자며 마음을 토닥였다.
#수선을 위해 프라다 백을 백화점 매장에 맡긴 정 모씨(34). 이탈리아 본사에 수선을 맡겨야 해 두 달 이상 걸릴 것이라는 직원의 말을 듣고 백을 맡겼다. 그런데 며칠 뒤, 짝퉁 가방 수선을 맡긴 친구를 따라 국내 명품 수선업체로 잘 알려진 명동사에 간 정 모씨는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탈리아 본사 프라다 매장에 있어야할 자신의 가방이 명동사에 떡하니 걸려있던 것.
국내 명품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애프터서비스(A/S)는 여전히 낙후돼있어 소비자들의 원성이 끊이질 않고 있다. 백화점, 면세점, 인터넷 등을 통해 명품이 날개돋힌 듯 팔리고 있지만 A/S 인프라는 거의 없다시피 한 실정이다.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 구찌, 펜디 등 유명 명품 브랜드 중 국내에 정식 A/S센터를 운영하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 고객이 수선을 맡길 경우, 이들 브랜드는 대부분 프랑스, 이태리 등 본사로 제품을 보낸다.
수선 기간은 몇 개월에서 길게는 오래 걸리면 1년 넘게 걸리기도 한다. 물론 수선비는 모두 '유료'다. 구두 깔창 교체에 몇 만 원이 들 정도로 수선비도 비싸다. 이처럼 수선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다보니 국내 영세 수선업체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매장에서도 국내 수선업체에 A/S를 맡긴다. 또 해외, 면세점, 아울렛, 세일 기간에 구입했다는 이유로, 보증서가 없다는 이유로 A/S가 받아 들여 지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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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일부 브랜드의 경우 일본이나 홍콩에는 직영 A/S가 있지만 한국에는 직영 A/S 센터가 없다"며 "이 때문에 명동사, 영동사 등 국내 중소규모의 수선업체에서 맡고 있는 기형적인 구조"라고 말했다.
급성장하는 국내 명품 시장의 규모에 비해 명품업체들의 A/S 개선에 대한 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우혜경 소비자시민모임 팀장은 "명품업체들이 판매 전략만큼 브랜드 위상에 맞는 A/S관리의 필요성을 절감해야 한다"며 "고객들이 명품에 그만큼 높은 값을 지불하는 것은 높은 혜택을 받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