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회장님이 마트 커피숍에 떴다?

부회장님이 마트 커피숍에 떴다?

런던(영국)=박창욱 기자
2009.11.08 12:05

[현장+]테스코 부회장의 격식 없는 기자간담회

한국 기업들은 대외 행사를 진행하면서 규모와 격식을 따지는 일이 많다. 기업 규모가 크고, 고위 경영자가 참석하는 행사라면 정도가 더 심해진다.

예를 들어, 최고 경영자가 참석해 기자나 애널리스트 등에게 회사 경영을 설명하는 자리라면 보통 호텔 비즈니스 센터 혹은 별도의 넓은 장소를 잡고 임직원이 총출동해 배석해 있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그런 측면에서 테스코 그룹의 루시 네빌 롤프(Lucy Neville Rolfe) 부회장은 한국 기업의 일반적인 최고경영자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롤프 부회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한국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한국 홈플러스에 대한 테스코 그룹의 인식 및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테스코 그룹이 한국 사업에 큰 의미를 두고 있으며 앞으로 투자도 활발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간담회를 가진 장소가 다름 아닌 런던 웨스트 크롬웰 거리에 자리잡은 테스코의 켄싱턴 매장 2층에 있는 테이크아웃 커피점이었다. 롤프 부회장은 커피점의 양해를 구해 일부 테이블을 원형으로 정리하고 즉석에서 질의 응답 시간을 벌였다. 그를 수행한 사람은 대외 업무담당 이사 단 1명 뿐이었다. 회사소개 자료도 이사가 직접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행사 당일, 롤프 부회장은 매장에서 1시간 이상 떨어진 런던 북부 소재 본사에서 글로벌 경영전략회의를 하다가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기자들이 둘러보던 매장으로 바로 달려온 것이었다. 한국 기준에서 보면 지나칠 정도로 의전을 따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롤프 부회장이 직함만 가진 '허울' 뿐인 고위직은 단연코 아니다. 지분이 분산돼 특정한 사주가 없는 테스코 그룹에서 롤프 부회장은 직급 체계상 테리 리히 회장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모두 6∼8명 정도에 불과한 '워크 레벨 6(Work Level 6)' 중 한 사람으로 테스코 경영을 관장하는 이사회의 일원이다. 매출 7조원대의 한국 사업을 총괄하는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이 '워크 레벨 5'인 것을 감안하면 롤프 부회장은 테스코 그룹 내의 최고위급 경영자인 셈이다.

테스코 그룹은 한국의 홈플러스를 비롯해 전 세계 14개국에서 43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는 세계 3위의 글로벌 유통기업이다. 종업원은 모두 47만명이며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한화로 약 114조원에 달한다. 단순 외형으로만 따져도 국내 유통의 선두기업인 롯데쇼핑이나 신세계보다 10배 가량 크다.

그러나 테스코 그룹이 영국에서 처음 1위가 된 것은 1994년이며 글로벌 거대 유통기업으로 도약한 것도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테스코 그룹은 성공 비결로 다양한 유통산업의 혁신 노력과 노하우 및 지역사회와 상생하려는 노력 등을 꼽았다.

여기에 더해 롤프 부회장이 보여준 테스코 고위 경영진의 격식을 따지지 않는 실용적인 모습은 테스코가 단기간에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보이지 않는' 비결 한 가지를 더 엿볼 수 있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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