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원 화장품 팔아도 돈 번다" 영업익만 4000억?...'박리다매' 대반전

"5000원 화장품 팔아도 돈 번다" 영업익만 4000억?...'박리다매' 대반전

유엄식 기자
2026.03.23 15:20

[MT리포트]5K 매장의 결투③직소싱 구조 확립, 품질 관리 강화..."싸고 좋다" 인식 확립

[편집자주] 5000원권은 현금인출기에 없다. 각종 화폐교환기에서도 외면받는 유일한 권종이다. 대면거래에서만 통용되는 5000원이 최근 주목을 받는 것은 유통가가 성인 소액권이자 학생 고액권이라는 틈새를 파고들면서다. 귀하신 몸이 된 5000원의 유통가 성공방정식을 분석해본다.
서울 시내 한 다이소 매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화장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다이소
서울 시내 한 다이소 매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화장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다이소

균일가 전문점의 원조 격인 다이소는 지난해 매출 4조원, 영업이익 4000억원 달성이 유력하다. 10년 만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5배가량 커졌다. 예상 영업이익률은 약 10%, 국내 유통 대기업 영업이익률이 2~4%대란 점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다이소의 핵심 전략은 '박리다매'(薄利多賣, 이익을 적게 보면서 많이 판매한다). "10만명에게 10%를 남겨 파느니 100만명의 선택을 받겠다"는 게 창업주 박정부 회장의 지론이다.

과거 다이소가 매출 1조원 미만 중견기업이었을 땐 대형 유통사들이 경쟁 상대로 보지 않았다. 하지만 고물가 국면에 소비침체가 장기화하고 중국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이 가성비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면서 입지가 흔들렸다. 그러자 이젠 대형 유통사들이 '싸고 좋은' 상품을 소싱하는 다이소 전략을 역으로 벤치마킹하면서 빈틈을 노린다. 저가의 다이소와 중저가의 대형유통사의 경계지점인 5000원 제품군에서 가장 치열한 결투가 벌어지는 형국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가성비 상품은 PB(자체 브랜드) 중심이었고 특정 가격대는 설정하지 않았다"며 "최근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지고 수요가 늘어난 점을 고려해 '5000원 이하' 제품 소싱에 공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5000원 고지를 선점하고 있는 곳은 다이소다. 1997년 국내에 첫 매장을 연 다이소는 전국 1500여개 매장을 근간으로 약 3만종의 상품군(SKU)을 유지한다.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매달 수 백 종의 신상품을 선보인다. 일반 유통사는 제품 원가에 적정 이윤을 붙여 가격을 결정하지만 다이소는 이와 반대로 판매 가격부터 정한 뒤 상품을 개발한다. 5000원으로 가격을 특정한 제품 소싱에 노하우도 쌓여있다.

모든 상품을 100% 직매입하는 것도 다이소의 강점 중 하나다. 상품기획자(MD)가 전 세계 제조 현장에서 각 국가가 강점을 가진 품목을 발굴한다. 예컨대 대나무 제품은 베트남, 스테인리스 제품은 인도, 접시는 브라질, 도자기와 유리 제품은 터키 지역 전문 제조업체를 찾는 방식이다. 현재 중국, 동남아, 유럽 등 35개국 3600여개 업체에서 다이소에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중간 벤더(Vendor)를 거치지 않아 그만큼의 마진을 가격 경쟁력으로 구현할 수 있다.

원가 절감을 위해 포장을 최소화하고 디자인을 단순화하는 것도 다이소의 전략이다. 컵의 손잡이가 필요 없는 디자인이라면 과감히 없애고, 양면 무늬는 한쪽으로 줄이기도 한다.

'가격이 싸면 품질이 나쁘다'는 인식을 없애는 것은 계속되는 도전이다. 다이소는 2018년 품질 전담 조직(TQC 본부)을 신설해 품질 관리 기준을 강화했다. 생산로트 단위로 시험 검사를 진행하고 유해 물질은 법정 허용치 50% 이내로 관리한다. 다이소 관계자는 "신규 협력사 발굴부터 제품 소싱, 제조, 입고, 사후관리까지 단계별 표준화한 제품 안전 기준을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균일가 시장을 확대하려는 유통가에선 유통 1위 이마트가 총대를 메고 5000원 전선에 나섰다. 새롭게 선보인 가성비 PB(자체 브랜드) '5K 프라이스'의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글로벌 소싱 역량을 총동원했다. 일례로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4980원짜리 스팀다리미는 해외소싱팀이 수년간 노력한 끝에 중국 저장성 소재 생산 업체를 발굴한 성과다. 5K 프라이스는 이름에서 드러나듯 5000원 이하를 주력으로 고객이 OK 할만한 가격을 내세운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마트 관계자는 "중국 캔톤페어, 홍콩 전자 박립회 등 행사에 주기적으로 참여해 관련 제품 가격과 품질을 비교했다"며 "직소싱 계약을 맺었고, 공장 규모나 안전 면에서도 다양한 검증 절차를 거쳐 혁신적인 가격에 선보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대형 유통사들의 균일가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소싱 능력에 따라 가성비 균일가 상품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사업 모델이란 게 입증됐기 때문이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일본도 과거 저성장 국면에 가성비 균일가 전문숍 시장이 열렸고 최근 우리나라의 5000원 최고가 마케팅도 이와 비슷한 흐름"이라며 "신선식품과 식료품 위주로는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대형마트와 편의점 업체를 중심으로 균일가 생활용품이나 뷰티 상품 판매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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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엄식 기자

머니투데이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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