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스타 마케팅의 명암

[기자수첩]스타 마케팅의 명암

박희진 기자
2010.04.05 08:47

지난달 중순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국내 모 중견 패션업체의 남성복 A브랜드 화보 촬영이 이틀간 진행됐다.

모델은 최신 드라마로 복귀를 앞두고 있던 신세대 스타 A씨. A씨는 지난해 이맘 때 시작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모 드라마에 재벌2세역으로 출연,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인물이다. 당시 A브랜드는 후임 모델 선정에 고심하다 갓 뜨기 시작한 A씨를 모델로 다시 발탁했다. 계약 후 1년이 지나 최근 재계약까지 마무리했다.

마침 A씨가 1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 A브랜드는 A씨의 모델효과를 내심 크게 기대했다. 모델효과 극대화를 위해 A씨가 출연하는 드라마에 거금의 협찬도 했다.

A 브랜드는 이왕 진행하는 화보 촬영 현장을 언론에 일부 공개해 홍보활동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 같은 요청에 A씨 소속사 매니저는 "절대 안 된다"며 펄쩍 뛰었다. 앞뒤 가리지 않고 촬영을 취소하겠다고 엄포부터 놓는 소속사측의 반응에 A브랜드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인기있는 연예인 모델의 '슈퍼 갑' 행세에 수억 원씩을 내는 광고주들도 가슴앓이를 하긴 마찬가지였다.

옷이 귀한 시절에야 제대로 된 옷만 있으면 날개 돋친 듯 팔렸다. 그러나 요즘은 공급이 더 많은 시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패션업계는 소비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눈에 더 띄기 위해 '스타'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능성'이 중요한 아웃도어 브랜드들까지도 연예인의 이미지를 차용하기 위해 너도나도 연예인 모델을 쓰고 있을 정도다.

이렇듯 바로 매출 증대효과를 볼 수 있는 스타마케팅에 패션기업들이 너도나도 올인하다 보니, 스타에 지불하는 비용이 갈수록 커지면서 디자인 인력에 투자할 여력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업계 전문가들은 "각 패션기업 디자이너들이 타 업종에 비해 열악한 급여와 근무환경 탓에 여기저기 이직을 반복하면서 기업마다 나름의 디자인의 노하우가 쌓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과열된 스타마케팅은 우리나라 패션업계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숨은 이유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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