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고 싶은 옷을 디자인하니 잘 팔리더라"

"입고 싶은 옷을 디자인하니 잘 팔리더라"

이명진 (사진=유동일 기자)
2010.07.14 16:12

[★디자이너 인터뷰] 송지오 '한국남자의 자존심을 디자인하다'

패션의 본고장 파리에서 빅 브랜드인 입생로랑, 지방시, 크리스챤 디올에 끼어서 패션쇼를 해도 기죽지 않는 카리스마와 실력을 갖춘 디자이너가 몇이나 될까.

이런 '굵직한 쇼에서 현지 프레스들로부터 '가장 멋진 쇼' 라는 호평을 받을 때 한국인의 가능성을 본다'는 디자이너 송지오. 유난히 더운 여름날 서울 성수동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대부분의 디자이너 작업실이 매장과 함께 서울의 청담동이나 압구정동에 몰려있지만 그의 사무실은 공장들이 많은 성수동에 위치해 있다. 송지오는 15년 전부터 거래처와의 물류수송과 효율성을 고려해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고 한다.

"디자이너가 꿈이 아니라 패션비즈니스를 하고 싶어 이 길로 뛰어 들었다"고 거침없이 말하는 디자이너. 그래서 인지 새로운 사업 영역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는 수년 전만해도 디자이너에게 생소한 판매채널인 홈쇼핑을 통해 자체브랜드를 만들고 디자이너브랜드를 대중화시킨 '한발 앞선 디자이너'로 통한다.

<h5>“나는 그림을 넘어 숫자를 크리에이티브 한다” </h5>

-홈쇼핑에서 디자이너 자체브랜드를 만들었는데, 지금은 어떤가.

▶그 당시에도 비비안 웨스트우드, 칼 라커펠트 등이 백화점이나 쇼핑몰과 콜라보레이션을 했는데 잘 됐다. 국내 비즈니스맨들이 나에게 “디자이너는 한계가 있다” 라고 했지만 1시간만에 첫 방송에 7억 매출을 올렸다. 이후 기업인들이 나를 경쟁자로 봤다. 지금은 홈쇼핑시장이 저가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나 이외에 더 많은 기업이나 후배들이 도전 하고 있어 살짝 물러 나 있다.

-당신의 큰 그림은 무엇이며 지금의 경영스타일은 어떤가.

▶지금 글로벌브랜드로의 '볼륨 키우기' 작업이 진행 중이다. 뉴욕, 도쿄, 파리 등 패셔너블한 도시들에 판매처와 사무실을 내고 견고하고 탄탄하게 '브랜드 확고화'를 위해 노력중이다.

송지오는 어린 시절 철마다 어머님이 해주시는 맞춤옷을 입던 한국의 전형적인 '도련님'이었다. 1970년대 '한국남자가 한국에서 패션을 어떻게 공부해야할지 몰라 무작정 파리로 유학을 떠났다'는 그는 본인을 '노력형 디자이너'라고 겸손하게 소개했다.

-언제부터 디자인이나 예술에 소질이 있다는 걸 알았나.

▶운동을 좋아했다. ‘그림을 조금 그린다’는 걸 고등학교 3학년때 짝꿍 때문에 알았다. 심심해서 친구 옆모습을 그렸더니 미술학도인 친구가 '네가 나보다 그림을 잘 그린다'고 말해줘 그때 처음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디자이너는 감각이 있어야 하나.

▶디자이너가 감각없이 일한다면 창작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하지만 패션을 하는데 '감성'이 맞는다면 '감각'은 개발을 하면서 쌓아가면 된다. 나도 어릴 때 천재예술가들을 눈물 나도록 부러워했고 그 부족한 감각을 트레이닝으로 극복한 케이스다. 말 그래도 ‘노력형’ 디자이너 였다.

잘 나가는 디자이너 송지오도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 1997년 IMF당시 기업이 그의 브랜드를 포기해서 하루아침에 무일푼이 됐다. 하지만 남성복에 집중하는 전략을 세웠고 1999년 압구정동에 매장을 내고 재기에 성공했다.

<h5>"내가 입고 싶은 옷을 입다보니 잘 팔리더라" </h5>

-디자이너로서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 남자의 감성이 나랑 잘 맞는지 내가 입고 싶은 옷을 만들면 많은 남자들이 샀다. 송지오브랜드의 뮤즈는 '한국의 도련님'이다. 지금도 해외에서는 일본디자이너와 또 다른 느낌의 '선'이 살아있는 디자인이라고 평가 받는다.

'93년부터 18년간 40~50번의 쇼를 했다'는 송지오는 자신을 '이룬 것 없는 부끄러운 원로디자이너'라고 소개한다. 그는 한국인의 감성이 패션사업에 잘 맞으며 그만큼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말한다.

-기업과 디자이너의 콜라보레이션(협업)을 어떻게 보나.

▶고무적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디자이너의 표현의 한계를 실현하려면 ‘자금’이 필요한 게 현실이다. 회사는 새로운 마케팅의 툴이 생긴 것이고 매출이 발생함과 동시에 고객은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구축되고 시너지가 발생 하는 것이다. 더 적극적인 마케팅 툴이 되어 신인디자이너를 많이 발굴했으면 한다. 물론 거기선 자금을 들이는 '용기'와 자금을 계속 쓰는 '인내'가 필요하다.

-한국인의 디자인 경쟁력은 어느 정도인가.

▶한국인은 고상하고 고급스러우며 우아한 것을 좋아한다. 한국 젊은이조차도 그런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한국 사람의 감성이 패션산업에 잘 맞고 경쟁력이 있다. 루이비통백은 몇 십 배 남는다. 패션사업은 10배만 되도 대박이라고 말한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진보적인 능력을 가졌다'고 파리인들이 말한다.

패션기업이나 정부가 조직적으로 지원하고 육성한다면 루이비통 같은 명품브랜드도 나올 수 있고 과거 일본의 패션사업이 누린 영화를 한국도 누릴 수 있다고 본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