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년차 60대 늦깎이 신인디자이너 "한계는 없다"

데뷔 2년차 60대 늦깎이 신인디자이너 "한계는 없다"

이명진 기자 (사진=송지원 기자)
2011.06.08 08:40

[★패션피플 인터뷰]패션디자이너 김훈정 첫 전시회

"제게 나이가 한계가 되지 못했듯 디자인의 영역 또한 한계가 없습니다."

데뷔 2년차 60대 늦깎이 신인 패션디자이너 김훈정씨(66·사진)의 말이다. 초여름 꽃바람이 가득한 서울 삼청동 그녀의 카페 겸 갤러리(H-Works)에서는 지난 3일부터 그녀의 생애 첫 전시회가 한창이다.

오는 12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장신구의 진화'라는 콘셉트로 가죽, 자개, 아크릴, 지퍼, 구슬, 비즈 등 다양한 재료의 장신구 500여 점이 의상과 함께 전시되고 있다. 전시작품은 시중에서 보기 힘든 조형미가 강조된 작품들로 금, 은, 진주, 다이아몬드, 루비 등 흔히 연상되는 귀금속은 찾아볼 수 없다.

"귀금속 소재의 장신구는 제작상의 한계, 경제성의 한계, 그리고 착용의 한계 때문에 처음부터 관심이 없었습니다. 다양하고 부담 없는 값의 소재를 사용해 조형미(造形美)를 최고도로 올려 작품을 완성합니다. 소재·디자인의 한계가 없다는 것이 제 작품의 특징입니다."

2009년 64살에 살던 집을 개조해 현재의 카페 겸 갤러리(H-Works)를 오픈하고 그곳에서 직접 디자인한 옷을 판매하면서 패션디자이너로 발을 내디딘 그녀는 늦은 나이의 데뷔에 대해 "좋아하다 보니 이 길(패션디자이너)에 와 있더라"라고 말한다.

그녀는 디자인 전공자가 아니다. 2년 전 까지만 해도 4B연필 한번 제대로 쥐어본 적 없고 스케치 한번 그려본 적이 없다.

평소 뛰어난 눈썰미와 소재주에 반한 지인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옷과 장신구를 만들어 주고 고쳐 주던 것이 발단이 돼 이 자리까지 왔다.

그녀는 아버지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익숙한 것이 싫었습니다. 늘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이 있었죠. 탐미주의자 이셨던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미감(美感) 유전자 덕분인 것 같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시조, 글씨, 그림, 전각 등에 뛰어나 토털 아티스트로 불렸던 故 김상옥(1920~2004) 시조시인이다. 그림과 골동품에 조예가 깊어 인사동에서 골동점을 운영했던 그녀의 아버지는 귀한 수공예품을 구해 어린 딸에게 줬고 손수 딸의 옷을 지어 입혔을 만큼 미적 감각이 뛰어났다.

자신만의 디자인 포인트에 관해서 그녀는 "기성의 파괴에서 출발한다. 특히 조형의 아름다움에 비중을 둔다"며 "대중의 취향을 너무 의식하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없다돲라고 설명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소재를 구하러 방산시장, 동대문 시장 등에 장을 보러가는 그에게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냐고 묻자 의외의 답을 했다. "밤을 자주 새우는 등 물리적으로 힘든 일이라 처음에는 시력이 나빠지고 관절 등 건강에 무리가 갔지만 일을 '즐기다 보니' 신기하게도 건강해졌습니다."

그녀는 가장 어려운 점은 체력이 아닌 '대중의 저항'이라고 말한다. "옷을 입혀야 하는데 새로운 것에 대한 '저항'이 너무 크더군요. 특히 주부들은 패션을 잘 모르는 남편들에게 입고 나서 '어떠냐'고 물어보면 남편들은 대부분 '아니다'라고 말하죠. 그럴 때마다 조금 답답하죠"라며 "하지만, 제가 제작한 옷을 입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변신'에 놀라 기뻐하며 딸 옷을 사러왔다가 본인의 옷을 사가면서 행복해 하는 여성들을 볼 때는 보람을 느낍니다."

그녀의 옷과 액세서리는 전위적 디자인(웨어러블 아방가르드)을 추구해 다소 난해하지만 착용하면 편하고 멋스러워 마니아들이 생길만큼 인기가 좋다.

옷을 잘 입는 노하우에 관해서 그녀는 '변화'와 '시행착오'를 강조했다. "브로치 위치만이 라도 다르게 해보고, 액세서리 크기만이라도 좀 더 큰 것을 해보세요. 조금만 변화를 줘도 색다른 느낌이 납니다."

그녀는 이어 "옷 입는 것도 학습이다. 베스트드레서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시도와 경험이 필요한 어려운 일"이라며 "새로 산 옷이나 아이템을 자신이 가진 아이템들과 결합해서 자주 입어봐야 한다. 그러다 보면 거울 앞에 서는 것이 어느새 즐거워 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20대 열정의 60대 신참 디자이너는 나이 들었다고 도전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강조했다. "사회요구조건에 맞춰 살다보니 자기에게 어떤 잠재능력이 있는지 모르고 살아오신 분들이 많습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찾고,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면 잘하게 됩니다. 힘이 들어도 열심히 하게 되니 잘 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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