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어설픈 동업'이 화(禍) 불렀다

[기자수첩]'어설픈 동업'이 화(禍) 불렀다

김정태 기자
2011.11.29 16:59

A는 십수년간 빵을 만들어 온 경험과 제빵자격증도 갖고 있지만 밑천이 모자랐다. 반면 B는 돈이 있지만 `기술'을 갖고 있지 않았다. 이들은 이해관계가 맞아 빵집을 인수해 동업했지만 1년도 못돼 가게 문을 닫았다. 손님이 없어서가 아니다. 서로의 몫이 작다는 불만이 쌓이자 갈라서게 됐다.

이처럼 동업관계로 사업을 벌이다가 감정의 골만 깊어진 채, 접는 경우를 주변에서 심심찮게 본다. 명확한 `계약관계'보단 서로 믿음이 있다고 착각한 `이해관계'가 파국을 부른 사례다. 하이마트 경영권을 놓고 최대주주인 유진그룹과 전문경영인이자 2대주주인 선종구 회장 간 벌이는 분쟁이 딱 그 짝이다.

법인 간 `동업'인데도 마치 개인 간에 벌어지는 행태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선 회장에 대한 `경영권 보장'의 사실여부를 두고 양 측이 연일 폭로전을 펼치며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시시비비'를 쉽사리 가릴 수 없는 형국이다.

업계에선 이번 `진실게임'의 시발점으로 유진그룹이 사실상 선종구 회장과 공동으로 하이마트를 인수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당시 하이마트의 인수자금 1조9500억원 가운데 유진은 현금 900억원과 차입금을 포함해 4200억원을 부담하고, 선종구 회장이 사재를 털어 1900억원을 냈다.

나머지 1조4000억원은 하이마트 인수를 위한 특수목적법인이 차입과 전환사채(CB)발행 등 빚을 내 따로 마련했지만, 인수 이후 결국 하이마트가 연간 800억원 이상의 이자부담을 지게 됐다. 이에 따라 유진이 충분한 인수자금이 없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진행한 M&A가 결국 이번 갈등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시장논리로 보면 하이마트 지분 31.3%를 보유한 1대주주인 유진이 경영권 행사를 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이 같은 배경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M&A시장은 자기자본이 적더라도 다양한 금융기법을 통해 최대주주 지위를 획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했지만 자연스레 탈도 많아지고 있다. `승자의 저주'(무리한 인수합병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현상) 뿐 아니라 `어설픈 동업관계'도 기업을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하이마트 분쟁이 주는 교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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