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회계법인이 당연히 책임질 일

[기자수첩]회계법인이 당연히 책임질 일

오정은 기자
2012.04.16 06:31

"감사인은 공모주 발행에 관여하지 않는데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일반투자자에게까지 책임을 지게 됐습니다."

최근 한 대형 회계법인이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에 관한 내부 교육에서 소속 회계사들에게 주지시킨 대목의 하나다.

회계법인 측은 "2차적인 책임자에 불과한 감사인이 증권 발행 주관사보다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감사인은 신규 상장하는 기업으로부터 감사비를 받지만 일반투자자에겐 이득을 보진 않는데 책임범위가 너무 넓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규정이 강화된 배경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중국고섬 사태가 있다는 점을 잊은 것 같다.중국고섬은 상장 2개월 만에 회계부실 의혹이 제기돼 거래가 정지됐고, 그후 1년이 지났다. 그간 한국거래소와 상장주관사는 투자자들에게 몰매를 맞았지만 감사를 담당했던 회계법인은 책임론에서 벗어나 있었다.

중국고섬 사태의 핵심은 상장 3개월 만에 자회사 거래 은행에 있어야 할 1600억원이 증발한 것이다. 여기에 자회사 부채도 재무제표 기재액보다 훨씬 많았다. 그런데도 감사인 언스트앤영 한영회계법인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감사의견 적정'을 줬다.

중국고섬은 2010년 매출 3334억원, 영업이익 973억원을 각각 달성했다고 공시했다. 29.2%의 영업이익률은 국내 섬유업체 코오롱머티리얼이나 휴비스의 3~4%대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는 고섬의 분식회계 의혹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하지만 종전까지 자본시장법의 배상책임 범위가 모호해 회계법인은 주관사가 구상권을 청구할 때만 보상하게 돼 있었다. 언스트앤영 한영회계법인은 고섬사태가 터진 후인 지난해 10월 슬그머니 '감사의견 거절'을 낸 뒤 침묵하고 있다.

올 1월부터 시행된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은 배상주체를 '공인회계사·감정인 또는 신용평가를 전문으로 하는 자'로 명시했다. 사후약방문이지만 새 규정이 회계법인의 책임을 강화하고 '제2의 중국고섬' 사태를 방지하는 포석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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