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모두를 루저로 만든 마트규제

[기자수첩]모두를 루저로 만든 마트규제

정영일 기자
2012.04.23 06:52

대형마트 일요일 첫 강제휴무 전날 마감시간을 앞두고 찾아간 한 대형마트에서는 신선식품의 재고를 남기지 않기 위해 할인율이 '이상 급등'해 있었다. 일부 품목의 경우 조기 품절된 상품도 눈에 들어왔다. 일요일 영업정지에 따른 수요변동을 예측하지 못해 상품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22일 법에 따라 전국 114개 대형마트가 강제로 문을 닫았다. 전국 360개 대형마트 가운데 31.7%에 해당하는 점포다. SSM(기업형 슈퍼마켓)도 30~40%의 매장이 문을 닫았다.

불편은 소비자의 몫이었다. 수원에 산다는 한 소비자는 "맞벌이 부부라 주말 외에는 쇼핑할 시간이 없어 이마트를 들렀다 문을 닫았길래 돌아왔다"며 "토요일 집안행사까지 겹쳐 장을 보지 못했는데 집 앞 편의점에라도 가야겠다"고 말했다. 이마트 천호점에서는 쇼핑객들이 문 닫은 줄 모르고 찾아갔다가 돌아 나오는 바람에 주변 도로가 막히기도 했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았다고 해서 소비자들은 재래시장으로 가지 않았다. 일요일 방문한 서울 강동구 천호신시장은 같이 문을 닫았다. 이마트가 코 앞에 있는 시장인데 둘째, 넷째 일요일 쉬는 오랜 관례 따라 그렇게 했단다. 다른 재래시장도 썰렁하긴 마찬가지 였다. "마트가 영업 안하는 날이라고 재래시장에 오겠나"라는 자조적 말도 많이 흘러나왔다. 상인들은 마트 규제보다 주차장 같은 시장의 불편함을 해소할 대책을 더 원하는 듯 했다.

소비자들은 재래시장을 가는 대신 토요일 대형마트를 찾거나 돈을 더 들이고 백화점 식품관을 찾았다. 백화점은 일요 강제휴무 대상이 아니다. 소비자들은 간단한 살거리나 급한 것은 동네 중소형 마트를 이용했다. 이마홈플러스에 따르면 강제휴무 전날인 21일 잠실점은 전주 토요일 대비 20% 매출이 늘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SSM)에 대한 규제이후 소비심리는 더욱 약해지고 있다. SSM의 경우 강제휴무 대상이 아닌 점포에서도 매출 감소 현상이 나타났다. 롯데슈퍼에 따르면 지난 휴무일이었던 8일 정상영업을 하는 점포의 매출 신장율은 전월동일대비(11일) 4.1% 감소했다.

어디서 쉬고 어디서 쉬지 않는지 헤갈리다 보니 아예 일요일 쇼핑을 포기해버리는 현상이다. 마트 일요일 쇼핑 감소효과가 다른 곳으로 100% 보완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마트 규제의 불똥은 이제 농가 등 납품업체로 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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