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고 국무위원들의 심의권을 침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2심에서는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1심이 무죄로 판단한 외신에 '헌정질서 파괴의 뜻이 없었다'는 내용의 허위 공보를 지시한 혐의가 유죄로 뒤집혔다. 비상계엄 당시 소집통지를 받았으나 국무회의에 참여하지 못한 국무위원 2인의 심의권을 침해했다는 혐의도 2심에서는 유죄로 판단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29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앞서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이번 선고는 지난 2월 서울고등법원에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된 뒤 처음으로 이뤄진 선고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저지른 사건들로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키는 등 대통령의 책무를 저버린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국제 사회에서 대한민국 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국민 알 권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쳐 비난의 정도가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1심에서 무죄로 판단된 외신에 허위 공보를 하도록 직권을 남용했다는 혐의에 대해 "외신에 배포된 자료에는 '의원 통제를 하지 않았고, 본회의장 진입 막지않았다'는 내용이 담겼다"며 "이 부분은 비상계엄 선포직후 경찰과 군 병력의 폐쇄조치를 비춰볼때 객관 사실에 반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PG(Press guidance, 공보)의 전체 내용은 '헌정파괴 뜻이 추호도 없었다'는 것인데 이는 단정적 표현을 사용해 잘못된 인식을 갖게 하는 것으로 PG 주의 의무에 위반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며 "이는 해외홍보 비서관으로 하여금 직권을 남용해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일부 국무위원의 심의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1심 판단에 대해 재판부는 "국무위원 중 2인은 소집통지를 받았으나 현실적으로 참석할 수 없는 시각에 소집통지한 것은 절차적 하자로 봐야한다"며 "이는 직권남용으로 국무회의에 참여 못한 위원들의 심의권을 침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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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이밖에 나머지 혐의들에 대해서는 1심 재판부와 같은 판단을 내렸다. 윤 전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체포영장 집행 저지(특수공무집행방해·직권남용·범인도피 교사) △계엄 국무회의 관련 국무위원 심의권 침해(직권남용) △계엄 선포문 사후 작성 후 폐기(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대통령기록물법 위반·공용서류손상) △외신 허위 공보(직권남용) △비화폰 기록 삭제 지시(대통령경호법 위반 교사)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윤 전 대통령 측은 2심에서 다양한 논리를 펼쳤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국무위원 심의권이 구체적 권리가 아니며,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긴급 상황엔 절차적 의무가 완화되어야 하며 소집 배제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체포 방해와 관련해 경호처의 스크럼 훈련과 위력순찰은 민주노총 등의 시위에 대응한 것이라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이 없으며 체포영장이 서울서부지법에서 발부된 건 잘못됐고, 공수처가 영장에 적시되지 않은 장소를 수색했다고도 주장했으나 마찬가지로 재판부는 해당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사후 작성된 계엄선포문과 관련해 문서 내용이 허위가 아니며 서랍에만 보관하다 폐기할 목적이었고, 애시당초 공문서가 아니라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편 이날 선고 공판 전 법정에는 10명 이상의 방호관이 배치됐다. 법정 내에서 소란을 방지하기 위한 안내방송이 반복해서 흘러나왔다. 재판장도 선고가 시작되기 전 "선고 중 소란으로 재판을 방해하거나 재판장 명령 따르지 않을경우 감치하고 과태료에 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척한 얼굴로 법정에 들어선 윤 전 대통령은 선고가 이뤄지는 내내 무표정이었다. 선고가 끝난 뒤에는 변호인단에 씁쓸하게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곤 퇴정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선고 직후 "대법원까지 가서 치열하게 다툴것"이라며 상고를 예고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이 특별한 말은 없었다. 너무 실망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특검팀은 상고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윤 전 대통령 측 조치에 맞춰 대응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