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차 기본급 100만원 안팎.. LVMH 회장 방한 맞춰 시위 '물거품'

지난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 P&C(화장품·향수 부문)' 한국판매법인 건물 앞. 전국의 백화점과 면세점에서 루이비통 그룹의 화장품과 향수를 판매하는 여성 직원 200여명이 모여 집단 시위를 벌였다. 비가 오락가락 내리던 날, 우비를 꺼내 입고 '쟁취'라고 적힌 머리띠까지 두른 그녀들의 표정에는 절박함이 묻어 있었다.
백화점에서도 가장 비싼 1층 매장에서 크리스찬 디올, 겔랑, 메이크업 포에버 등 인기 브랜드 화장품을 팔던 그녀들이 거리로 나온 건 쥐꼬리만한 임금 때문. 화려하기만 할 것 같은 명품의 대명사 루이비통 직원들의 월급은 그야말로 충격이다.
루이비통 화장품 매장 직원들이 밝힌 1년차의 기본급은 100만원 안팎이다. 이는 그녀들이 근무하는 크리스찬 디올 매장의 최고가 라인 영양크림 2개도 사지 못하는 금액이다. 목표치를 채우면 인센티브(성과급)가 있지만 대다수 직원에겐 '그림의 떡'이다. 1주일에 평균 50시간 이상을 서서 일하고 하루 12시간 근무하는 경우도 다반사지만 돌아오는 건 최저임금 뿐이다.
LVMH P&C 사측과 노조는 올들어 10차례 이상 협상을 벌였지만 입장이 좁혀지지 않아 줄다리기 중이다. 사측은 지난해 9월 감정수당을 추가 지급한데다 올해 실적이 좋지 않아 임금을 4% 이상 인상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조측은 6%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협상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백화점 화장품 매장 직원들이 본사 앞 거리로 뛰쳐 나온 것은 이날 방한한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에게 자신들의 소식이 전달되기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그녀들의 바람은 무참히 무너졌다. 아르노 회장은 이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박세훈 한화갤러리아 대표 등을 차례로 만난 뒤 당일 출국했다.
시간이 돈인 세계 최고 명품 업체 회장에게 한국법인이 고용한 매장 여직원들의 임금 문제는 남의 나라 얘기일 수 있다. 시민들에게 철거민이나 대학생들의 시청광장 앞 시위가 아닌 명품회사 직원들의 강남 한복판 시위가 낯선 모습인 것 처럼 말이다. 루이비통코리아의 실적이 새삼 떠오른다. 루이비통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4973억원, 영업이익 574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