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문닫는 날, 농협하나로마트는 왜 열지?

마트 문닫는 날, 농협하나로마트는 왜 열지?

정영일 기자
2012.06.11 05:45

전체 하나로마트중 절반정도 농수산물 판매비중 51% 이하

#최근 찾아간 서울 서초구 하나로클럽 양재점(사진)은 쇼핑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분주했다.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에 따라이마트(90,200원 ▲100 +0.11%)와 코스트코 등 인근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서 쇼핑객들이 하나로클럽 양재점으로 몰린 것이다.

1만㎡(약 3100평)에 달하는 하나로클럽 양재점의 상품구성은 농수산물 외에도 공산품과 일반 생활용품 등이 다양하게 갖춰져 있는 등 대형마트와 큰 차이가 없었다. 대형 가전매장과 프랜차이즈 빵집, 심지어 2층에는 명품관도 입점해 있었다. 하나로클럽 양재점은 농수산물 매출 비중이 법에서 정한 규제선인 51% 이상 되는 것으로 인정돼 대형마트 규제 적용대상에서 빠졌다.

바로 이 룰을 중심으로 유통법상 대형마트와 농협 하나로마트를 둘러싼 형평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유통업법에 의해 농수산물 매출비중이 51% 이상이면 대형 마트 규제를 받지 않는데 하나로마트 매장 중 절반정도가 그 조건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이중 51% 룰을 지키지 못한 3000㎡ 이상 대규모 하나로 점포는 대형마트 처럼 강제휴무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하나로마트중 농협중앙회가 아닌 단위농협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라면 농수산물 판매 비중이 0이라도 정상영업이 가능하다.

◇19개 점포 농수산물 매출 '0'=지난해 국정감사때 정범구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은 당시 농협 하나로마트의 농축수산물 판매 비율이 평균 48.4%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 전 의원은 당시 국감에서 "전국 2070개 하나로점포 중 30%에 해당하는 602곳에서 농산물 판매 비중이 전체의 10% 미만"이라며 "19개 점포는 농산물 판매액이 아예 없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유통법에는 농수산물 매출 비중이 51% 이상일 경우 강제휴무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유통법을 만들 때도 이같은 사실은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관계자는 "법안을 검토할 당시 농협중앙회에 문의해본 결과 농수산물 매출이 51%를 넘는 하나로마트 매장은 40~50% 수준이라는 회신을 받은 적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51%라는 규정은 어떤 객관적인 기준을 가지고 정한 것이 아니고 농민 보호를 위해 농수산물 매출비중이 많은 매장은 규제하지 않는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숫자였다"고 말했다.

◇농민 위한 예외조항?=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전체 하나로마트 매장 가운데 유통법에 따라 '대규모 점포'로 분류되는 매장은 45개다. 이 가운데 9개 매장이 농수산물 매출이 51%를 넘지 않아 강제휴무 대상이 되고 있다.

유통법에는 면적 3000㎡ 이상의 매장을 대규모 점포로 분류해 규제대상에 넣고 있다. 하나로클럽 양재점의 경우 일반 대형마트와 상품 구성은 비슷하지만 지역 하나로마트에 농수산물을 공급하는 물량이 매출로 잡히며 '51% 제외룰'의 적용대상이 된다는 것이 중앙회 측 설명이다.

문제는 유통법상의 '준대규모 점포'다. 대규모점포를 경영하는 회사 또는 그 계열회사가 운영하는 점포는 '준대규모 점포'로 규정돼 규제대상에 포함된다. 롯데슈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GS슈퍼 등 SSM(기업형 슈퍼마켓)은 이 규정에 따라 월2회 강제휴무에 들어가고 있다.

농수산물 매출이 51%에 미치지 못하는 하나로마트가 준대규모점포로 분류될 경우 유통법상 규제대상이 돼야 한다. 전체 2000여개 하나로마트 매장 가운데 50~60%가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지역의 하나로마트는 농협중앙회가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법인인 단위농협이 운영하고 있어 '준대규모 점포' 규정을 피해갔다.

◇FTA 피하기 위한 '꼼수'=유통법에 '51%룰'이 도입된 것은 농협의 집요한 로비 때문이었다. 법안 통과 당시 지경위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농협의 로비력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이상"이라며 "특히 지역에서는 단위농협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재선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법안 작성 당시 한미FTA가 체결되며 농민 보호 분위기가 높았던 것도 '51%룰' 도입의 배경이 됐다. 국회 관계자는 "당시 한미FTA 체결로 농민지원법안을 만드는 등 농민 보호 분위기가 높아 유통법에서 농협을 제외하자는 논리가 힘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농협을 규제대상에서 제외할 경우 각종 투자협정상의 ISD(투자자·국가소송제)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외교통상부의 지적이 반영되면서 농협을 제외하는 것이 아니라 '51%룰'의 형태로 제외규정이 도입됐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다수의 농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농수산물 51% 제외룰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정작 대다수 하나로마트는 농수산물 매출이 50%가 넘지 않는다"며 "51% 룰은 농협을 유통법에서 제외할 때 국제여론을 의식한 '꼼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