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부산 출장 때 일이다. 부지런을 떨다보니 출발 예정보다 훨씬 일찍 서울역에 도착했다. 출발까지 1시간 남짓 남았길래 커피숍에서 웹서핑이나 하며 시간을 때울까 하다 출장길 오며가며 읽을 책을 고르자는 생각에 서점으로 향했다.
솔직히 언제부터인가 읽고 싶은 책이 생기면 자연스레 온라인 서점을 찾게 됐다. 진짜 책 냄새 나는 서점에 가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다. 이러저러 옛 애인을 찾듯 설렘과 함께 예전 기억을 따라 역사(驛舍) 1층 서점으로 향했다.
그러나 기억 속 서점 자리에는 대신 여성복 매장이 들어서 있었다. 기억이 잘못 됐나 싶어 매장 직원에게 물어보니 갤러리아 콩코스백화점이 롯데아울렛으로 바뀌면서 서점도 없어졌단다.
서점이 아울렛에 어울리지 않는 것도 사실이고 책보다 여성복이 이문이 더 남을 것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그래도 서울역인데…"라는 섭섭함이 생긴다.
서울역에 정말로 서점이 한곳도 없을까 하는 생각에 뒤늦게 역사 측에 문의해보니 역사 지하층 서점(철도문고)은 영업을 계속하고 있단다.
말을 듣고 보니 지하철 서울역에서 지상 서울역으로 올라가는 길에 얼핏 본 기억이 났다. 지상 역사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아도, 바로 옆 프랜차이즈 도넛 가게의 4분의1 아니 5분의 1밖에 안 되는 구멍가게 크기지만 그래도 있긴 있었다.
공교롭게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들어선 강남고속버스 터미널(센트럴시티) 1층에서도 서점이 사라졌다. 지난해 센트럴시티와의 매장 임대 협상이 결렬되면서 영풍문고 강남점이 문을 닫은 탓이다.
센트럴시티 터미널도 지하 서점(반디앤루니스, 지하 1층)은 남아 있다. 비록 사람들의 눈길이 많이 닿는 통로 자리는 액세서리와 여성 속옷에 내줬지만 그래도 서울역 철도문고에 비하면 센트럴시티 서점은 엄청난 대형서점이다.
책보다 옷을 찾는 손님이 더 많으면 서점 대신 옷가게가 들어서는 게 맞다. 이해는 가지만 뒷맛은 씁쓸하다. "잠깐만 기다려. 가는 동안 읽을 책 한권만 사올께" 익숙한 배웅인사가 더 이상 불가능한 때가 멀지 않은 듯하다. 여행이나 출장길, 느긋하게 책 한권 고르는 소소함이 점점 누리기 쉽지 않은 호사로움이 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