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남양유업 사태 이후 4개월이 흘렀다. 밀어내기부터 불법 고용, 비용 전가, 점주 사찰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억울한 을(乙)의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심정적인 동조부터 불매운동까지 여론도 을의 편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뭇매를 맞아도 아프다고는 말 못하던 갑들이 "못 참겠다"며 고개를 들고 있다. 여론과 언론을 방패삼아 현실과 맞지 않는 무리한 요구를 해대는 '을의 횡포'를 증언하고 나선 것이다. 이참에 한 몫 잡겠다는 것인지 갑이 지적하는 을의 일부 행태는 분명히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런 와중에 일부 정치권의 행태도 가관이다. '나설 때'와 '들어갈 때'를 구분 못하고 을을 정치적으로만 이용하려 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양측 대화를 더욱 꼬이게 할 뿐 정답은 제시 못하고 있다.
모두 맞는 말이다. 이때다 싶어 무리한 요구를 하는 을도 문제가 있고, 더 참지 못하겠다고 고개를 드는 갑도 문제가 있다.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정치권의 간섭은 더욱 가관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일부 현상이 전체로 확대돼서는 안 된다. 대다수의 을들은 자신들의 호소에 귀 기울여주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만으로도 고마워할 뿐이다.
"수 십 번 통화하고 이메일을 주고받아도 가맹점주 말을 제대로 듣고 있는 건지 가슴이 답답했는데, 얼굴 보고 말이나마 속 시원하게 하니 마음이 한결 편하더군요. 국회까지 움직이고, 분위기가 정말 달라졌어요"
편의점주 A씨는 가맹계약 해지 문제로 지난 몇달 동안 수차례 가맹본부를 항의 방문했지만 담당자 얼굴 한번 보지 못하고 매번 문전박대를 당했다. 그러던 그가 지난달 처음으로 담당직원과 마주할 수 있었고, 그 자체만으로 닫혔던 마음의 문이 열렸다.
물론 을의 호소가 모두 옳을 수는 없다. 갑의 입장에선 정당한 사업행위가 여론에 의한 횡포로 매도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일부' 때문에 서로의 고통을 댓가로 힘들게 만들어진 대화 분위기가 꺾여서는 안 된다. 갑과 을이 서로에게 도움이 될 이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지 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