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숨쉬기조차 힘들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휠체어에서 목도 가누지 못하고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했다. 앙상한 다리뼈와 힘없는 팔뚝, 축 늘어진 목주름. 머리숱마저 한 쪽이 휑하게 비어버린 모습은 이미 그룹 총수의 모습이 아니었다. 불과 1년 전 수 만 명의 직원들 앞에서 CJ그룹의 글로벌 진출을 독려했던 모습은 온 데 간데 없었다.
14일 서울고법 505호 재판정에서 목격한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재판장님, 살고 싶습니다"라고 힘겹게 입을 뗐다. 그 목소리에서 절실함이 묻어났다. '생존'의 마지막 끝자락까지 몰렸을 때 인간 본성 맨 밑바닥에서 나오는 '삶에 대한 본능'이 처절하게 전해져왔다.
기자는 이 회장의 재판 과정을 수차례 지켜봤지만 이번처럼 "심신이 말이 아니구나"하고 느낀 적이 없었다. CJ그룹 관계자들이 "이 회장 건강이 워낙 나빠져 걱정이 많다"고 했던 말들이 허투가 아니라는 생각이 스쳤다.
이 회장은 이날 신장 수술에 따른 면역제와 신경안정제를 투여 받고 간신히 법정에 섰다. 이 회장은 지난해 부인 김희재 씨로부터 5시간의 수술 끝에 신장을 이식받았다. 부부가 결혼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였다.
그러나 구치소와 병원을 넘나드는 생활과 재판에 대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신장이식은 후유증이 심각했다. 유전병인 샤르코마리투스(근육위축) 증상까지 더해져 몸무게는 10kg이상 빠지고, 혈압은 크게 올랐다.
신장내과 전문의들은 신장이식 수술 후에는 이식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3~4가지의 면역억제제를 반드시 복용해야 하는데, 여기에 포함된 스테로이드 제제가 이 회장의 유전병에 더 악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이날 "살고 싶다"고 입을 뗀 후 "이것이 선대 회장의 유지를 받드는 길이고, 또 길지 않은 여생을 국가와 사회에 헌신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회장의 "살고 싶다"는 의지는 앞으로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식 받은 신장의 수명은 10년 정도인데 이미 거부 반응이 나타난 상태여서 수명이 더 단축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실상 10년 미만의 시한부 삶에 그칠 수 있는 셈이다.
굳이 10년까지 바라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이 이날 구형한 징역 5년은 이 회장 같은 중환자에게는 버틸 수 없는 시간일 수 있다. 물론 이 회장의 죄는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날 공판에서 드러난 이 회장의 건강 상태를 볼 때 검찰의 이 구형은 그 물리적 기간을 훨씬 뛰어넘는 뜻밖의 중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