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러시 면세시장]올해 면세매출 최대 25조 전망...따이궁 의존도 80% 넘어 '속빈강정' 지적


지난 9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2조2421억원으로 8월(2조1844억원)에 이어 월간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9%나 증가한 수치다. 올들어 9월까지 국내면세점 누적매출은 18조원을 넘어 지난해 전체 매출(18조 9602억원)에 근접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 면세점 매출은 지난해보다 6조원 가량 더 늘어난 25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수치만 보면 더할나위없이 화려한 성장시장이다.
그러나 면세점 업체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한화에 이어 두산은 면세사업을 포기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실속은 없다는 뜻이다.
실제 9월 기준 외국인 매출 비중은 역대 최고치인 86%에 육박하는데 대부분은 중국인 대리구매상인 따이궁(代工)으로 보인다. 10월초 중국 국경절과 내달 광군제(11월 11일)을 앞두고 따이궁들이 면세품 사재기에 나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올들어 국내 면세점의 따이궁 매출 의존도가 80%를 넘어설 것으로 본다. 다른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 매출액과 비중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높은 따이궁 의존도는 우리 면세산업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앞서 2017년 사드(THAAD, 고고도마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중국이 보복조치에 나서면서 국내 면세점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단체 관광객인 유커가 발길을 끊은 것이다. 유커의 빈자리를 메운 것은 따이궁들이다. 온라인 거래시장이 발달하면서 웨이상(微商,모바일판매상)이 급증했고 이들의 주문을 받은 따이궁들이 지리적으로 가깝고 상품구색이 좋은 한국면세점을 찾은 것이다. 고급 화장품의 경우 현지와 한국면세점간 가격차가 40~50%까지 벌어진 것도 한국을 찾는 요인이다.
국내 면세점이 매출 측면에서 따이궁 덕을 본 것은 맞다. '빅 3'로 불리는 롯데와 신라, 신세계의 매출은 매년 급상승세다. 글로벌 면세전문지인 무디다빗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 기준 롯데는 60억9300만 유로로 세계 2위, 신라는 54억7700만 유로로 3위에 올랐다. 후발업체인 신세계도 23억7500만유로로 세계 9위를 기록했다. 1위 듀프리가 76억8700만 유로로 롯데, 신라와 격차가 크지 않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세계 면세시장 점유율은 22.7%로 압도적 1위다. 반면 수익성은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여서 과거 10%를 넘던 영업이익률은 2~5%로 떨어졌다.
따이궁 유치를 위해 여행사에 지급하는 송객수수료 부담이 눈덩이 처럼 불어나서다. 현재 송객수수료는 구매물품의 20% 안팎인데 명절 등 성수기에는 최대 40%까지 치솟는다는 후문이다. 가격할인과 적립금 등 송객수수료외에 마케팅 경쟁도 치열하다. 면세점 사업이 따이궁만 돈버는 장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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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의 3분기 매출액은 1조475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0.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5.6% 줄어든 574억원에 머물렀다. 다른 면세점 업체들도 비슷한 상황인데 4분기 전망이 역시 밝지않다.
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따이궁 유치경쟁 때문에 사상최대 매출에도 영업이익은 오히려 감소세"라면서 "솔직히 면세점 시장이 이처럼 기형화됐는데 정부가 아직도 면세점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보고 특허를 남발하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