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마다 할 사람 없어…'영앤리치' 줄세운 온라인 부티크

'할인'마다 할 사람 없어…'영앤리치' 줄세운 온라인 부티크

오정은 기자
2020.08.22 06:00

[인터뷰]온라인 럭셔리 플랫폼 발란(BALAAN)의 최형록 대표…아시아의 파페치 꿈꾸다

"대한민국 명품의 주 고객은 서울 강남권에 고가 아파트에 거주하는 30대 중반 여성으로 발란 고객의 상위 10%를 차지합니다. 이들이 명품 전체 매출의 50%를 소비하는 VIP 고객이고 요즘 선호하는 브랜드는 셀린느, 발렌티노, 브루넬로쿠치넬리, 보테가 베네타입니다. "

코로나19(COVID-19) 시대 명품 온라인 쇼핑 플랫폼으로 급부상한 발란의 지난해 거래액은 300억원이었지만 올해는 700억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백화점에서 명품을 사던 소비자들이 대거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발란은 언택트(비대면) 시대, 명품 소비 트렌드를 선도하는 온라인 럭셔리 부티크로 부상했다.

◇"정품을 백화점보다 저렴하게 산다" 무식해서 통했다=최형록 발란 대표(34)는 스물 여덟 살에 군대를 마치자마자 하라는 취업은 안 하고 창업 준비부터했다. 군 복무 시절 찜해 둔 창업 아이템은 바로 '명품'. 어릴 적부터 명품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백화점·해외직구·병행수입 등 유통경로가 복잡하고 구매, 배송, 교환, 반품이 너무 불편한 명품시장의 유통 문제를 해결하는 플랫폼을 구상했다.

"처음에 진짜 무식하게 명품 브랜드의 유럽 본사에 무턱대고 메일을 보냈죠. 당신네 제품을 우리의 온라인 플랫폼에서 한번 팔아보는 게 어떠냐는 제안이었죠. 루이비통, 샤넬, 프라다 등 아무도 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영국 버버리 본사의 디렉터가 런던에 한번 오라며 연락을 줬습니다. "

온라인 럭셔리 플랫폼 발란의 주문 및 배송 프로세스/사진=발란
온라인 럭셔리 플랫폼 발란의 주문 및 배송 프로세스/사진=발란

런던까지 건너간 최 대표는 버버리 담담자에게 "우리는 버버리 단일 브랜드가 아닌 멀티 브랜드를 유통하고 싶다"고 말하자 버버리 디렉터는 친절하게 "그럼 너희가 만나야 할 상대는 바로 부티크"라며 이탈리아에 있는 부티크 몇 군데와 부티크 조합장을 소개해줬다.

유럽의 럭셔리 부티크들은 400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명품 시장 가운데 60%를 점유하고 있다. 최 대표는 이탈리아 부티크 조합장을 만나 끈질기고 집요하게 "아시아 럭셔리 시장이 커지고 있는데 한국시장은 아시아 시장의 테스트 베드로 중요한 곳"이라며 설득했다. 설득에 성공한 그는 유럽에서 생산된 명품을 △정품으로 △할인된 가격에 △배송에서 교환·반품까지 일사천리로 가능한 플랫폼을 구축해냈다. 유럽의 럭셔리 부티크를 한국에, 그것도 온라인 플랫폼으로 옮기는 데 성공한 것이 지금의 발란이다.

◇명품 시장의 큰 손은 2030 "영앤리치(Young&Rich)"=발란의 주 고객은 20대가 40%, 30대가 30%로 2030이 전체 고객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연간 1억원 이상 구매하는 VIP 고객은 대부분 30대 중반으로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서울 강남·서초·송파 및 한남동의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발란의 핵심 고객은 '영앤리치'입니다. 젊지만 부유하고 명품 소비를 일상적으로 즐기는 거죠. 이들이 굳이 백화점을 이용하지 않고 발란에서 할인된 가격에 명품을 사는 이유는 '합리적 소비'입니다. 1000만원 짜리 가방 살 때 20% 할인받으면 200만원 아껴서 부자도 기쁜 겁니다. "

백화점에서 명품 구매가 번거롭다는 점도 발란의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백화점 명품관에서는 매장 앞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길고 몇 시간이나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많은데 온라인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어서다. 유럽 부티크에서 바로 배송으로 받기 때문에 신상품 출시도 백화점보다 빠르다. 게다가 발란의 '퍼스널 쇼퍼(personal shopper)'가 VIP 고객들을 특별 관리해준다.

최 대표는 "영앤리치는 시간을 제일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온라인에서 명품을 사면 백화점에서 살 때보다 시간을 아낄 수 있고 퍼스널 쇼퍼의 신상품 입고 정보도 받을 수 있어 고객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최형록 발란 대표/사진=발란
최형록 발란 대표/사진=발란

명품 소비의 대중화도 이미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20대뿐 아니라 10대까지 명품을 구매하면서 엄마들을 힘들게 하는 '신(新) 등골브레이커' 자리를 명품 스니커즈와 티셔츠가 꿰찼다.

"과거 '등골 브레이커'로 꼽혔던 패딩은 한 번 사주면 2~3년은 입을 수 있지만 명품 스니커즈는 패딩 가격의 2~3배에 달하는 데다 매년 새 신발을 사줘야 합니다. 최근에는 10대의 명품 티셔츠에 대한 수요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

◇'아시아의 파페치' 발란, 명품을 넘어 IT 기업으로=발란은 한국 고객이 찾는 인기 제품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찾아주는 솔루션 발리스를 비롯해, 제품의 원산지를 확인하는 첼로 스퀘어 3.0 등, IT를 기반으로 밀레니얼 세대와 명품을 연결해주는 생태계를 구축했다.

최 대표는 "우리는 단순한 명품 쇼핑몰이 아닌 럭셔리 IT기업"이라며 "IT 기술을 기반으로 이커머스 인프라 고도화와 해외 진출도 준비 중이며 럭셔리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최형록 발란 대표와 직원들 단체사진/사진=발란
최형록 발란 대표와 직원들 단체사진/사진=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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