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만 변하지 않는 태극당…그 맛 그대로 온라인으로, 해외로

변하지만 변하지 않는 태극당…그 맛 그대로 온라인으로, 해외로

김상희 기자
2021.11.10 07:00
지난 4일 서울 중구 태극당 서울역점에서 신경철 태극당 전무가 머니투데이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김상희 기자
지난 4일 서울 중구 태극당 서울역점에서 신경철 태극당 전무가 머니투데이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김상희 기자

지난달 JTBC 예능프로그램 '해방타운'에 출연한 그룹 GOD의 박준형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 날 추억을 찾아 나섰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자신을 위해 홀로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쉴 틈 없이 달려왔던 지난날들, 미국에서 인종 차별의 서러움을 겪었던 일 등을 회상하던 박준형은 아픔이 없던 행복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시절을 생각하며 서울 장충동에 위치한 '태극당'으로 추억 여행을 떠난다. 태극당은 1946년 설립된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다.

태극당을 찾은 박준형은 "어릴 때 아빠, 엄마와 갔던 곳으로 (지금도) 어렸을 때 먹던 맛과 똑같다"며 "(태극당에 들어가면) 그 향기가 있다. 아빠, 엄마가 데려갔을 때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75년의 역사를 지닌 태극당은 누군가에게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빵집이기도 하지만 단지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옛 모습, 옛 맛을 간직한 모나카, 야채 사라다빵, 버터케익 등의 메뉴와 예전 그대로의 인테리어가 복고 열풍에 힘입어 MZ 세대에게도 힙한(개성 있으면서 감각적이고 유행에 밝은) 명소로 떠올랐다.

이런 태극당에도 힘든 시기는 있었다. 한때는 전통에 대한 고집이 오히려 젊은 층의 외면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매출이 줄면서 지속적인 경영이 위태로워졌다. 어려움을 겪던 태극당을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인기 빵집으로 다시 부활 시킨 것은 신경철 전무다. 신창근 창업자의 손자인 신 전무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지기까지 한 태극당 최대 위기의 시기에 경영을 맡게 됐다.

"당시 경영에 대해 전혀 몰랐습니다. 막연한 상황이었지만 그 와중에도 태극당이라는 브랜드를 어떻게 지켜야 하나에 대해서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인기와 매출이 줄던 상황에서) 우선적으로 했던 일이 바꿔야 할 것과 바꾸지 않아야 할 것을 구분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명확했습니다. 바꿔야 할 부분은 식품을 다루는 빵집인 만큼 위생과 균일한 품질을 위해서 오래된 시설을 그대로 둬서는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바꾸지 않아야 할 것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메뉴와 인테리어, 태극당의 정신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바꿔야 할 것과 바꾸지 않아야 할 것을 정리했지만 이를 동시에 실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변화하면서도 변하지 않아야 하는, 모순되는 상황으로 모든 게 부딪혔다. 내부에서는 인테리어를 현대식으로 완전히 바꾸자는 의견까지도 나왔다. 상징성 큰 태극당 브랜드를 위기의 시기를 이용해 노리는 외부의 유혹도 많았다. 뿌리치기 힘들 정도로 거액을 제시하며 인수를 제안한 곳도 있었다.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신 전무와 가업을 위해 기꺼이 경영에 동참해 준 가족들은 태극당을 일궈내신 할아버지, 아버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에 대해 함께 고민했다. 결국 기존에 가진 것을 버리는 것은 쉽지만 지키는 건 어렵다는 부분에서 의견이 모아졌다. 변화와 전통이라는 두 가치 모두를 이뤄내기로 했다.

그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아무것도 바꾸지 않았습니다."라는 문구다. 태극당 한편에 자리 잡은 이 문구가 태극당 경영 방향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이는 노후 시설 교체를 위해 진행한 본사 리모델링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생산 시설 등을 최신 기술과 장비로 한층 업그레이드하면서도 건물 외관과 인테리어는 수십 년 전 모습을 똑같이 재현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태극당의 장인 정신입니다. 꼭 옛날 방식 그대로 똑같이 하는 것만이 장인 정신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맛과 전통은 지키면서 우리가 가진 것을 시대에 맞춰 좀 더 위생적인 환경에서 더 좋은 제품으로 제공하는 것, 그것이 장인 정신이라 생각합니다. 태극당은 태극당만의 공식을 만들고 있습니다. 메뉴는 30년, 40년 전과 같지만 제조법을 개선하고 재료도 더 좋은 것으로 찾아가는 것이 저희의 장인 정신입니다."

신경철 태극당 전무/사진=김상희 기자
신경철 태극당 전무/사진=김상희 기자

전통을 지키면서 새로운 변화를 함께 추구한 대표적인 활동 중 하나가 협업(콜라보레이션)이다. 태극당 상표가 들어간 신발이 출시되고, 대표 메뉴들을 대형 유통 업체와 함께 선보이기도 했다.

"2017년 처음으로 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해 왔던 것 외에도 다양한 협업을 구상했지만, 앞으로는 그 모든 것을 다 하려 하기보다는 더 강력한 효과가 있는 협업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뜬금없는 단순한 합치기는 오히려 역효과입니다. 다른 영역과 함께 하지만 태극당만의 색깔을 입힐 수 있는 것이 진정한 협업이라 생각합니다."

이 시대, 뉴트로(새로운 것과 복고를 합친 신조어)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태극당의 미래는 어떠할까? 아마도 미래에도 역시 '많은 것이 바뀌어 있겠지만 아무것도 바꾸지 않은' 모습일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새로운 시대를 위한 태극당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재무적 투자자로 태극당의 정신과 오너십을 깊이 존중해 준 사모펀드(PEF) 운용사 MC파트너스와 오랜 논의 끝에 전격적으로 투자가 이루어졌다. 투자 직후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라는 정체성에 부합하는 서울역 매장을 비롯해 지리적 요건과 모든 세대의 접근성을 고려한 여의도 더현대 서울, 현대백화점 판교점 등의 신규 매장을 열었다. 새 매장들은 빵을 좋아하는 이들 사이에서 새로운 '빵지순례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제조 공장 신축 작업도 들어갔다. 그동안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판매하던 것을 넘어 디지털 시대에 맞게 온라인 채널을 준비하고, 미국 수출 등 글로벌 사업도 추진하기 위해서다. 투자와 함께 새로운 비전을 함께 실현할 전문 인력도 충원됐다.

"온라인 판매, 해외 수출을 위해 공장을 신축하고 제조 공정을 자동화하는 것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지만 외부에서 보기에 혹시 태극당 고유의 맛과 전통이 사라지는 것 아닌가 걱정하실 수도 있어서요. 하지만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디지털화 속에 태극당의 장인 정신이 녹아들게 할 것입니다. 온도 관리, 환경 관리 등을 디지털화하는 과정도 그동안 수십 년 태극당과 함께 해 온 장인들이 함께 연구합니다.

디지털화와 함께 최근에는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 환경·사회적 가치·지배구조) 경영에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일부 매장에서 시범적으로 포장 용기를 스티로폼에서 종이로 바꾸고, 보냉제 대신 드라이아이스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점차 다른 매장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10여 년을 이끌어 온 신 전무 역시 10년 후 미래에도 태극당은 바뀌되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태극당이 의도적으로 뉴트로를 내세운 게 아니라 저희 이야기를 끊임없이 하다 보니 그게 뉴트로가 됐습니다. 그저 오래된 이미지에서 새로움을 찾아 뉴트로 감성으로 브랜딩 했을 뿐입니다. 10년 뒤에도 어디에서든 소비자들이 장충동 본점에서 느끼는 것을 그대로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태극당이 더 많은 일을 하면서 규모가 커지고 매출이 증가하며 성장하더라도 소비자들은 태극당은 여전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그런 빵집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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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희 기자

안녕하세요. 혁신전략팀 김상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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