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부터 5000달러 '면세점 구매한도' 폐지돼…600달러 '면세한도'는 그대로 유지

#직장인 A씨는 얼마 전 출국 때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 있는 샤넬 매장을 보고 그냥 지나쳐야만 했다. 5000달러(약 595만원)인 '내국인 면세점 구매한도' 때문에 이를 넘는 가격의 샤넬 가방을 구매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유럽 현지에 있는 백화점에서 가방을 구매했다. 하지만 A씨도 내년 3월부터는 면세점에서 샤넬 가방을 비롯해 에르메스 가방, 롤렉스 시계 등을 살 수 있게 된다. 정부가 '면세점 구매한도'를 없애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면세점 구매한도'가 폐지를 앞둔 가운데 면세업계가 반색하고 나섰다. 내국인이 국내 면세점에서 소비할 수 있는 구매액 상향 선이 사라지면서 매출 증대와 재고관리 효과 등이 나타날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다만 '면세한도'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면세업계에선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일 '내국인 면세점 구매 한도 폐지'를 2022년 3월 기획재정부 주요 추진 과제로 선정한 '2022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내국인이 국내 면세점에서 소비할 수 있는 구매액 상향 선이 1979년 이후 43년 만에 사라진다.
면세 구매한도 제한은 본래 외화 유출과 과소비 등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하지만 전 세계 중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라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현 외환 보유량과 경제 규모와 맞지 않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또 구매한도 때문에 국내 면세점에서 구매하고 싶은 내국인들이 부득이 외국 백화점이나 아울렛 등에서 현금으로 명품을 구매하면서 국내 소비를 오히려 저해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고광효 기획재정부 조세총괄정책관은 "그동안 낮은 구매 한도로 인해 고가제품을 해외에서 구매할 수밖에 없었던 문제를 개선하고 해외 소비를 국내로 전환함으로써 면세업계 운영의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며 "고가 제품을 해외에서 현금으로 구매할 경우 적발하고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국내 면세점으로 전환되면 세수 확보 절차도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면세업계는 반색하는 분위기다. 구매한도 폐지가 코로나19(COVID-19) 타격으로 고사 상태에 이른 면세업계에 '가뭄의 단비'가 될 수 있어서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은 전년인 2019년(24조8586억원) 대비 반토막 난 15조5042억원을 나타냈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내국인이 국내 면세점에서 고가 품목을 구매하지 못해 해외에서 구매했는데, 앞으로는 혼수 등 준비도 국내 면세점에서 할 수 있게 되는 등 내국인 구매 금액 단위가 커져 국내 면세점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가 명품 제품 판매·매입 순환이 빨라지며 재고관리 효율도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면세업계는 그동안은 화장품, 향수 등 가격대가 낮은 상품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진행해왔지만 향후 마케팅 규모도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면세산업이 활성화되며 궁극적으로 고용활성화 효과 등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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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국내·외 면세점 구매액 600달러(약 70만원) 이상부터 세금을 내야 하는 '면세한도'는 유지돼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면세한도를 뺀 차액만큼 세금 부담이 여전하기에 내국인들의 소비 진작 효과가 적을 것이란 우려다.
면세한도는 2014년 400달러(약 47만원)에서 600달러로 오른 후 7년째 그대로다. 이에 한국 면세 한도는 외국의 면세한도와 비교해 낮다. 일본은 20만엔(약 205만원), 미국은 800달러(약 95만원), 중국은 5000위안(약 95만원)이다. 특히 중국 당국이 면세 특구로 키우는 하이난 면세점의 면세한도는 10만위안(약 1850만원)이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선 면세한도를 함께 올려야 어려움을 겪는 면세점 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추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