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1950년대부터 현대까지 아우르는 '유행화장' 발간

#길게 뺀 아이라인에 파란색 아이섀도, 붉고 글로시한 립스틱. 1980년대를 주름잡던 화장법이다. 1983년에 출시된 최초의 색채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 '나그랑'에는 하늘색, 연두색, 분홍색 아이섀도가 한 팔레트에 담길 정도로 다채로운 시대였다. 엄마들이 색조의 향연에 빠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1980년대 컬러 TV 도입은 화장법에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1970년대부터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면서 여성들의 파워풀한 이미지가 강조됐다.
아름다움에도 시대적 이유가 있다. 1950년대 현대 화장품이 우리나라에 출시된 이후 다양한 화장법이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최근에는 남성과 청소년들까지 화장의 주체가 넓어지는 동시에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비건뷰티, 몸 속 건강까지 고려한 이너뷰티 등 소비 철학까지 영향을 미친다. 아모레퍼시픽은 창립 이후 77년간 쌓아온 뷰티 자료를 재해석해 '유행화장' 프로젝트로 재탄생시켰다. 각 시대별 화장을 통해 당시 사회를 들여다본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일 한국 화장의 흐름을 담은 '유행화장' 단행본을 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먼저 판매하기 시작했다. 1950년대부터 10년 단위로 당대의 화장법과 여성들의 고민을 다뤘다. 단행본 외에도 유행화장 인스타그램 계정과 아모레퍼시픽 유튜브 채널에서 영상 콘텐츠를 선보인다. 이 외에도 숏폼, 웹툰 등 전방위적으로 콘텐츠를 순차적으로 확장한다.

아모레퍼시픽이 특정 상품과 관계없이 화장의 역사를 다루는 대대적인 프로젝트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화장이 사회적 규범으로 존재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 화장은 '놀이'의 역할이 강하다. 10, 20대들은 집에서 유튜브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유행하거나 특이한 화장법을 해보고 지운다. 화장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재미다.
이오경 아모레퍼시픽 크리에이티브전략 팀장은 "우리에게도 이어져 내려오는 우리만의 이야기가 있다"며 "세대적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행화장'에 담긴 과거 화장법을 따라해 보거나 엄마와 함께 읽으며 옛추억을 이야기해보는 것도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Z세대의 엄마들은 '갈색의 시대'(1990년대)를 보냈다. 경제 호황이 끝나고 세기말 사회적 풍파를 겪으면서 여성들의 눈썹은 날카로워졌고 짙은 고동색의 립스틱은 강렬했다. 쇼트커트 머리의 김지호가 라네즈 광고 모델을 맡으면서 고동색 립스틱은 품절 대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X세대'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때다. 기성세대와의 다름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파격적인 화장과 패션이 유행했다. 1인당 국민 소득이 1만달러를 돌파하면서 안티에이징 같은 기능성 화장품에 대한 수요도 늘기 시작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대표 브랜드인 설화수도 1997년에 첫 출시됐다.
M세대가 화장을 하기 시작한 2000년대의 키워드는 '자연스러움'이다. 갓 세수를 하고 나온 것처럼 물기가 도는 '물광' 메이크업이 등장했다. 해외 브랜드들도 극찬하고 K뷰티 혁신제품으로 꼽히는 쿠션 파운데이션도 2008년 아이오페에서 첫 출시됐다. 화장을 하는 연령대도 10대로 낮아지면서 로드숍들이 전성기를 누렸다. '안녕하세요 공주님'(에뛰드하우스),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스킨푸드) 등 화장품 광고가 TV를 휩쓸었다.

최근에는 미디어 등이 다변화 되면서 '주류 화장법'을 꼽기는 어렵다. 아름다움의 개념도 비건뷰티, 클린뷰티, 이너뷰티 등 소비 철학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 팀장은 "탈코르셋 운동처럼 화장을 거부하는 것도 나를 가꾸는 하나의 방법이 되고 있다"며 "시대별로 생각하는 바와 이를 표현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당당하게 스스로를 드러내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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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유행화장 프로젝트는 아모레퍼시픽의 뷰티매거진 '향장'이 있기에 가능했다. 향장은 1958년 '화장계(化粧界)'란 제호로 창간된 국내 최초의 사외보이자 국내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뷰티 전문 매거진이다. 한 때 발행부수가 200만부를 넘고 헌책방에서 돈을 주고 사서 볼 만큼 여성지로써 탄탄한 입지를 자랑했다. 2000년에도 배우 김태희가 '향장' 모델로 데뷔한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도 발간 중이다. 아모레퍼시픽 방문판매원들이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