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오성' 이항복 선생 종가 조병희 14대 종부..신세계백화점와 '장' 사업

"제가 만든 장을 선물 받고 '어머니 생각이 난다'고 직접 전화를 걸어온 손님이랑 한참을 같이 울었어요. 장을 만들 때 양심을 담을 수밖에 없는 이유죠."
조선 중기 문인인 이항복 선생의 경기 포천 종가를 지키고 있는 조병희 종부(14대)는 환갑이 되던 2006년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장'으로 사업을 시작한 뒤 이같은 원칙을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다. 이 선생은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일화를 담은 '오성(이항복)과 한음(이덕형)'의 주인공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실제로 조 종부의 장맛은 경주 이씨 집안의 종부인 시어머니와 풍양 조씨 집안 종부인 친정어머니의 레시피를 그대로 전수받은 '장수저'에서 나왔다. 1973년 출가한 뒤 양 집안에서 전수받은 비법으로 씨간장으로 만들었고, 이것이 '장' 사업의 근간이 된 셈이다.
씨간장의 사전적 의미는 '햇간장을 만들 때 넣는 묵은 간장'이다. 특히 조 종부의 씨간장은 색이 진하고 향기로운데다 잡내가 없는게 특징이다. 그는 이 씨간장을 베이스로 매년 햇간장을 붓는 '덧장'을 반복해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염기가 장독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염도는 낮아지고 간장 맛은 진해진다.
조 종부는 "매년 국산 대두와 전남 신안 천일염을 이용해 장을 담고 해마다 줄어드는 양만큼 햇간장을 부어 숙성시킨다"고 소개한 뒤 "긴 시간 동안 숙성하면서 계속 장독 관리를 해야 한다"면서 "그 과정에서 숨을 쉬는 옹기 밖으로 하얀 소금꽃이 피는 데 아주 아름답다"고 설명했다. 평소 손맛이 좋기로 소문난 그가 이렇게 담근 '장'을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면서 행복을 느끼는 것을 보자 남편이 직접 나서 사업장을 꾸려줬다.

조 종부가 사업장을 본격적으로 운영하면서 가장 중시하는게 바로 '양심'이다. 그는 "모든 재료는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는 곳에서만 공수를 해온다"면서 "작은 사업장이지만 두 아들을 데리고 하는 사업인 만큼 양심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매해 장을 담그고 있고, 고객들은 늘 이 맛을 알아주신다"고 강조했다.
처음에 10개였던 장독대는 최근 100여개로 늘어났다. 전국 곳곳을 돌며 전통 장을 담그는 명인들을 찾아다니던 신세계(300,500원 ▼8,500 -2.75%)백화점 바이어와 '종가지식담(종가의 음식 이야기)'으로 인연을 맺으면서 사업장이 눈에 띄게 커진 것이다. 먼저 신세계장방이 생긴 후 '발효:곳간'으로 리브랜딩되기까지 인연을 이어오면서 현재는 전국의 고객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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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종부는 "백화점과 함께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다"며 "작게 시작했던 사업인데 전국 곳곳에서 (우리) 장맛을 본다니 감회가 새롭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언제는 한번 서울 한 매장에 내 사진이 걸려있는 걸 보고 조금 쑥스러웠지만 자랑스러웠다"며 "어엿하게 포장돼 백화점에 진열된 제품들을 보며 뭉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편 신세계는 2021년 한식만을 전문으로 연구·개발하는 '한식연구소'를 조직 내에 설립했다. 옛 선조의 풍부한 미식 문화를 되살리고, 우리의 음식과 문화를 연구해 생활과 밀접해 있는 한식을 깊이 있게 전하기 위해서다. 이후 신세계는 계절과 미식, 편리한 생활을 테마로 다양한 음식과 선물을 제안해왔다. 명절 때마다 프리미엄 한식 선물 세트를 선보여왔고, 한국 전통 식료품 편집매장 '발효:곳간'을 통해 전국 각지의 명인들이 빚어내는 특산 식품들을 발굴해왔다. 장인의 비법으로 만든 전통 발효식품(장류)과 어란·육포·꿀 등 특산 식품, 실력 있는 전통 주조 양조장과 함께 현대적 감각을 반영해 만든 제품 등이 대표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