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제안합니다"…세계 브랜드 전략허브 된 K패션

"한국이 제안합니다"…세계 브랜드 전략허브 된 K패션

유예림 기자
2026.03.12 09:00
LF가 제안해 출시한 이자벨마랑 아시안핏 캡./사진제공=LF
LF가 제안해 출시한 이자벨마랑 아시안핏 캡./사진제공=LF

K패션 열풍에 힘입어 국내 패션기업들이 해외 유명 브랜드의 '공동 기획자'로 거듭나고 있다. 기획 주도권을 쥐고 해외 본사에 품목을 역제안하고, 본사는 한국 고객 취향을 고려해 단독 상품을 출시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국이 세계적인 브랜드의 테스트베드에서 전략 허브로 성장한 모습이다.

11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LF(21,600원 ▲500 +2.37%)는 프랑스 브랜드 '이자벨마랑'과 2012년부터 협업을 이어오며 최근 한국의 기후, 한국인의 체형과 취향을 겨냥한 품목을 기획했다. 린넨 재킷, 아시안핏 볼캡, 핀턱 데님 등이 대표적이다. 이 품목들은 본사의 글로벌 전략에도 반영됐다.

이자벨마랑은 한국 시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아이돌 그룹 에이티즈의 성화를 지난해 SS(봄·여름) 남성 컬렉션 앰버서더로 선정했다. 이자벨마랑이 아시아인 모델을 처음으로 발탁한 사례다.

LF가 국내 사업을 맡은 미국 브랜드 '빈스'도 한국 맞춤형 품목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LF는 지난해 여름 미국 본사에 한여름용 캐시미어 혼방 가디건을 제안했다. 에어컨이 일상화한 한국 여름철 특성을 고려해 실내에서 입는 가볍고 얇은 가디건 수요를 고려했다. 이후 여러 색상과 디자인의 제품 출시로 이어졌다.

LF가 제안해 출시한 빈스 라이트 캐시미어 혼방 가디건./사진제공=LF
LF가 제안해 출시한 빈스 라이트 캐시미어 혼방 가디건./사진제공=LF

빈스는 LF를 통해 '현지화된 글로벌 브랜드'로의 입지를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오는 FW(가을·겨울) 시즌에는 한국 단독 코트를 출시한다.

LF는 이탈리아 브랜드 '포르테포르테' 본사에도 새로운 품목을 제안했다. 로고 플레이 대신 포르테포르테의 강점을 살리고 오버핏을 선호하는 국내 고객 성향을 반영하자는 내용이었다. 해당 제품은 출시 한달 만에 판매가 30% 이상 늘었다.

'자수 울 트윌 블루종'은 LF가 본사에 계속 제안해 출시 3주 만에 완판됐다. 이 제품은 올해 SS 시즌 글로벌 컬렉션에 공식 채택되며 세계 시장에도 선보였다.

삼성물산(282,000원 ▼1,500 -0.53%) 패션부문은 프랑스 브랜드 '아미', '메종키츠네'와 협의해 한국 단독 상품 제작을 이어오고 있다. 아미는 특히 한국 소비자들이 로고의 큰 크기와 여러 모양을 선호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큰 로고 티셔츠를 본사에 제안해 한국에서만 선보이기도 했다. 이 상품은 한국을 찾는 중국 고객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 무채색 의류를 즐기는 점을 반영해 지난해에는 검은색 배경에 흰색 로고를 한국 독점 상품으로 개발했다. 일부 상품이 빠르게 품절되자 본사는 다른 국가에서도 판매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올해부터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기획한 한국 독점 상품이 해외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아미 한국 전용 상품./사진제공=삼성물산
아미 한국 전용 상품./사진제공=삼성물산

메종키츠네의 경우 핵심 품목인 저지에 국내에서 인기인 차콜(짙은 회색) 색상을 적용해 한국 전용으로 선보였다.

패션업계는 해외 본사와의 공동 기획이나 역제안 사례가 늘어난 점을 의미가 크다고 평가한다. K패션 위상이 높아지면서 세계 패션기업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본사와 유통사에서 '동반 전략가'로 달라졌다는 의미다.

LF 관계자는 "글로벌 본사와 함께 한국 고객을 정조준한 K감성 품목을 본격적으로 만들고 있다"며 "본사가 LF를 스쳐 지나가는 단기 판매처가 아닌 전략적 설계자이자 브랜드 성장의 공동 파트너로 인식한다. 브랜드 전통을 존중하되 국내 흐름으로 재해석하는 전략은 앞으로 글로벌 브랜드와 국내 기업 간 협업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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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예림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2부 유예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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