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유통망 상실" 반발에 정부 상생안 제시
마트업계는 "1000억 기금·판매제한 과해" 부정적
반년 넘게 공회전… 이해관계 충돌 연내입법 난항

당정이 올해 2월 입법추진을 예고한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방안이 6개월 넘게 공회전한다.
소상공인단체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대형마트업계도 기금조성 등 정부의 규제개선을 위한 절충안이 과도한 요구라며 선을 긋는다. 이해관계자의 반발 속에 연내 입법이 어려울 것이란 비관론이 나온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부, 중소기업벤처부 등 관계부처는 지난 7월 열린 대형 유통사와 간담회에서 대형마트 새벽배송 규제완화의 대가로 1000억원 규모의 상생협력기금 조성, 새벽배송시 1만원 이하 신선식품 판매제한 등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최근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법개정 조건으로 동네슈퍼들이 지자체 공공배달앱을 통한 장보기 배송 지원안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대형 유통사들은 이런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 유통사 관계자는 "그동안 대형마트나 SSM 신규 점포를 내기에 앞서 주변 상인, 지자체와 협의를 거쳐 상생기금과 시장 시설개선 등 다양한 지원을 시행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아직 수익성 확보가 불투명한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완화 조건으로 대규모 기금조성과 배송조건 제한을 수용하라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여권에서 최근 새벽배송 근로제한 입법을 추진한 것도 업계의 입장에선 큰 부담이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새벽배송 야간작업을 1일 최대 10시간, 주당 최대 48시간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산업안전보건법,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대형마트가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추가적인 물류센터 구축, 추가 배송 차량과 기사확보, 야간 근무인력 신규 채용 등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이에 더해 대규모 기금출연과 새벽배송 근로시간 규제 등이 더해지면 기업의 부담이 가중된다. 익명을 요구한 업체 관계자는 "이런 조건을 수용할 바엔 그냥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외에 공공앱을 통한 퀵커머스(신속배송) 지원, 소상공인에게 도매가 판매 등 상생안 아이디어에 대해서도 유통사들은 반대하는 분위기다.
불필요한 논란과 비용을 양산하는 새벽배송 허용보다는 의무휴업일 규제부터 정상화해야 한다는 게 대형마트업계의 중론이다. 의무휴업일 규제완화는 파산(청산) 위기에 놓인 대형마트 홈플러스의 회생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초 긴급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의무휴업일 규제로 연간 약 1조원의 매출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소상공인단체도 법개정에 반발한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대형 유통사가 새벽배송을 하면 소상공인이 수십 년간 형성해온 지역 유통망 전부를 잃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5월 소상공인연합회·전국상인연합회·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공동성명서를 내고 "국회가 새벽배송 허용법안을 강행 처리한다면 즉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