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찬핵 관점에서 본 고리원전 폐쇄

[기자수첩]찬핵 관점에서 본 고리원전 폐쇄

유영호 기자
2012.04.10 16:25

세계 폐로시장 '최소' 425兆…후행주기 완성해 일관 체제 갖춰야

유영호 정치경제부 기자
유영호 정치경제부 기자

에너지원 대부분을 수입하는 한국에서 원자력은 효율성이 매우 높은 에너지원이다. 화석 연료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낮은 녹색에너지이며, 다른 신재생에너지와 비교해 값싸고 안정적이다.

그러나 원자력 에너지는 매력적인 장점만큼이나 부담스런 단점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원자로 폐쇄, 이른바 '폐로(廢爐)' 문제다.

모든 원자력발전소는 설계수명이 존재한다. 국내 원전의 경우 일반적으로 30~40년, 한국형 3세대 신형 경수로(APR1400)도 60년이다. 길어도 60년 후에는 해체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동안 정부는 노후 원전 폐로와 관련해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민 수용성이 크게 악화된 상황과 맞물려 '탈핵' 바람이 불 것을 우려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도 이제는 '폐로'에 대해 고민할 시점이 됐다.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 등 노후 원전에 대한 환경단체 등의 폐쇄 요구 때문이 아니다. 역설적이지만 원전산업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서다.

국내 원전 산업은 기형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 원전 주요 부품의 품질과 시공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폐로 등 사후처리 분야의 기술과 경험은 전무하다. 국내 노후 원전의 폐로 과정에서 해외 전문가들로부터 부족한 부분을 보충, 이른바 '일관체계'를 갖추는 것은 산업적으로 의미가 크다.

특히 원전 폐로 시장은 원전 건설 시장에 맞먹는 신시장이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2010년 말 기준 전 세계적으로 운영 중인 원전은 모두 446기. 이 중 424기가 앞으로 60년 내에 수명이 다 돼 폐로 작업이 진행돼야 한다. 이미 영구 정지돼 폐로 작업을 기다리는 원전도 108기에 달한다.

정부가 추정한 폐로 비용은 원전 1기당 3251억원. 여기에 사용 후 핵연료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비를 포함하면 총 비용은 약 8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최소비용'에 가까운 정부 추정치만으로도 425조6000억원에 달하는 시장이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연구로와 우라늄 변환시설 및 핵주기 시험시설 등 비교적 단순하고 방사선 위험도가 낮은 시설을 대상으로 한 '원전해체기술'을 개발해 왔다. 하지만 1000㎿가 넘는 상용 원전의 폐로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원전 산업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 노후 원전 폐로를 다시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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