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치시즌의 우리금융 민영화

[기고] 정치시즌의 우리금융 민영화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
2012.05.03 09:57

본격적인 정치시즌에 접어들면서 밀렸던 공약이나 과제추진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 민영화는 당연한 주인 찾아주기로 볼 수 있지만 납세자들이 그동안 애써 감내해온 정부소유지분을 누구에게 파는 가는 그간의 노력을 가름하는 중요사안이다.

다만 아무리 합당한 사안이라도 정치시즌에는 현실왜곡장(reality distortion field)에 말려들 위험이 커진다는 점을 누구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몇 번의 호기를 이해당사자간의 입장 봐주기로 일관하다 갑자기 민영화를 서둘러 처리하는 인상을 주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다. 더욱이 최근의 여건은 민영화의 당위성마저 재고해야 할 정도로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우선 마땅한 민간 인수주체를 찾기 어려운 우리의 현실은 성장패러다임과 지배구조의 한계를 반영하고 있다. 더욱이 거듭된 위기로 금융소외 계층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사회지도층은 금융자본주의의 성급한 성과추구가 가져온 엄청난 피해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이다.

이에 민영화만큼은 공공성을 지켜야 하는 정책기구의 역할이 강조되는 현실이다. 끼워 맞추기식의 민영화는 가급적 지양하는 것이 타당하다. 동시에 지연의 배경에 대해서는 객관적 연구 더불어 외부 감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세계적 정치시즌에 우리나라의 주변여건은 착시현상에 사로잡히기 쉽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의 본격적 디레버리징(deleveraging)여파는 중앙은행의 초저금리 유지와 돈 찍어내기를 통해 신흥시장으로의 자본유입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환율안정이 중요한 국가에서 자본유입의 증가는 곧 바로 인플레이션압력의 상승과 자산가격의 불안을 뜻하게 된다. 고용과 투자가 기피되고 있는 상황에서 버블과 유동성으로 초래된 착시현상은 안정 기조 유지를 어렵게 한다. 결국 버블의 생성과 소멸과정을 통해 신흥시장은 부실 처리비용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로서는 가계부채문제의 심화로 금리마저 인상시킬 수 없는 외통수의 상황이다. 인플레이션 위험에도 불구하고 대응자체가 어려운 현실의 이면에서 우리는 자산가격의 안정세마저 위협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민영화와 더불어 구조조정 차원의 개선을 동시에 추진하기에 결코 쉽지 않은 여건이다.

분명 단임 체제하에서는 모든 노력을 정권기간내의 가시적 결실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정작 중요한 소프트웨어 차원의 질적 개선은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 그 결과 양극화는 악화일로에 있으며 수출대기업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만 가고 있다. 고용창출을 위한 낙후부문의 생산성 제고는 허무한 구호로 되풀이 될 뿐이다.

본격 정치시즌을 맞이해 외부여건마저 어려운 가운데 구조적 난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그 자체로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다만 현실적으로 모든 정책노력은 지배구조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지게 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정권기간 내에 성공가능성이 낮다고 평가되는 난제 해결에 주력할 경우 정작 민생관련 중요과제는 또 다른 공약과 정책노력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시장평가를 제쳐두는 정치적 해결은 결코 진정한 해결이 될 수 없다. 우려스럽지만 근래에 들어 정치적 영향력이 뚜렷해지면서 시장평가에 기초한 결정과정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해관계 당사자들은 업적평가에 대한 조바심에 사로잡혀 허무한 결실에 집착하지 않도록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자원배분과 위험분산의 중추적 기능을 맡은 금융부문이 정치적 영향력으로 인해 부당한 역할을 강요받지 않도록 금융인 스스로 신중한 자세를 일관되게 견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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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민 기자

현장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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