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속으로]베프, 셀카...'영어 파괴' 너무해요

[세계속으로]베프, 셀카...'영어 파괴' 너무해요

장영 인베스트코리아 투자홍보위원
2012.08.31 07:27

신조어를 만들어내는 네티즌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웰빙'이라는 표현을 들을 때마다 이 명사가 식품에서부터 생활방식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마치 형용사처럼 잘못 사용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매니아'라는 표현을 들을 때도 잠자코 있었습니다만, 매니아는 '광적인 상태 혹은 그러한 열기'를 뜻하지 그런 상태에 있는 사람 자체를 지칭하지 않습니다.

저는 '아이돌'이라는 말에도 침묵을 지킵니다. 아이돌이란 나이를 불문하고 대중들에게 우상화되는 공인을 지칭하는 표현인데 요즘은 나이 어린 연예인들을 아이돌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베프'라는 국적 불명의 표현에 이르러서는 할 말을 잃고 말았습니다.

'베프'라는 표현은 2음절의 영어인 'best friend(베스트 프렌드)'를 두 한국어 음절로 짧게 축약한 것 같습니다.

물론 언어가 타지에서 쓰이다 보면 부정확한 의미가 덧입혀질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은 대개 의도치 않게 일어납니다. 그러나 두 개의 영어 단어를 적절치 않은 방식으로 결합시키는 것은 분명 의도한 일이기 때문에 문제가 됩니다.

'셀카'라는 단어도 명백히 잘못된 언어입니다. 왜냐하면 'self camera(셀프 카메라)'는 올바른 영어도 아니고 동사도 아닌, 그저 명사일 따름입니다. '베이글녀'란 단어는 'baby(베이비)와 glamour(글래머)의 조합인데, 사실 glamour란 단어는 '육감적(voluptuous)'이란 의미가 아니라 화려함과 귀티를 뜻합니다.

왜 이 한국 땅에서 굳이 영어 단어를 불필요하게 조합해놓는 것일까요. 한글을 파괴하는 '깜놀(깜짝 놀라다)'이란 단어와 영어와 한글을 결합한 '멘붕(멘탈 붕괴)' 같은 표현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이것은 'glocal(글로컬)'처럼 새로운 의미를 담아 아예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것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이는 글로벌한 사고방식을 토대로 지역 풍토에 맞게 행동하는 것을 의미하는 완벽한 한 단어입니다.

또 다른 새로운 단어의 사례로 엉덩이를 의미하는 은어인 'booty(부티)'와 맛있다는 뜻의 'delicious(딜리셔스)'의 합성어인 'Bootylicious(부딜리셔스)'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이 표현은 1992년 스누프 독(Snoop Dogg)이라는 미국의 한 래퍼가 만들어냈고, 가수 데스트니 차일드의 노래에 쓰이면서 유명해졌습니다. 2004년에는 옥스포드 영어사전에 '성적으로 매력적인 여성'을 의미하는 말로 등재되기까지 했습니다.

'Konglish(콩글리시)'라는 표현도 좋은 예입니다. 영어의 한국어화는 이름을 가질 만큼 분명한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베프'는 사정이 좀 다릅니다. 도대체 유래를 알 수가 없고 들을 때 귀에 거슬리는 표현입니다.

언어는 들리는 소리가 음악처럼 듣기 좋고 리듬이 있어야 합니다. 미적인 아름다움까지 갖추면 더욱 좋습니다. 또한 언어는 단지 표현의 수단일 뿐 아니라 우리가 누구인지를 말해줍니다. 무엇보다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어를 좋아하고 정확하게 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이 나라에서 '베프', '셀카', '베이글녀'와 같은 표현은 표준영어와 은어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입니다.

언어의 퇴보현상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OMG (Oh My God; 세상에나)', 'BRB (Be Right Back; 곧 돌아올게)', 'noob (newbie; 초보자)'와 같은 표현처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무분별하게 쓰이는 언어는 표준 영어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물론 사람들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말을 자꾸 축약해서 하려는 경향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 언어가 생긴 이래 구어적 표현이나 은어는 순수주의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늘 우리 곁에 존재해왔습니다. 하지만 '베프'같은 경우는 더욱 심각하게 외국어 고유의 영역까지 침해한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모국어의 경우에는 최소한 자신이 어떻게 언어를 파괴하고 있는지 인지하고 그러한 행동을 합니다. 그러나 외국어의 영역에서는 이것이 언어 파괴인지도 모른 채 언어를 변형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신조어를 만들어내는 네티즌 여러분, 부탁 건데 언어 표현을 만들어내고 싶더라도 최소한 외국어는 가만히 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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