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예산 블랙아웃'에도 반성없는 국회

[기자수첩]'예산 블랙아웃'에도 반성없는 국회

김진형 기자
2013.01.03 16:24

 자화자찬 일색이다. 올해 예산안 이야기다. 국회는 '5년 만에 여야 합의 처리했다'고 자랑하고 지역구 의원들은 '내 지역 예산 확보했다'고 생색내고 정부는 '그래도 균형재정은 사수했다'고 자평했다.

 반성은 없다. 새해 예산안 심사와 통과를 주도했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예산안 통과 몇 시간 만에 남미와 아프리카로 외유성 출장을 떠나 버렸다.

 예결위 위원장을 포함해 여야 간사 등 사이좋게 손잡고 따뜻한 나라로 떠난 이른바 몰염치 9인방의 외유 명분은 '예산심사 시스템을 연구한다'는 것이다. 파나마, 케냐, 짐바브웨에서 무슨 예산심사 시스템을 배운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구태도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쏟아지는 비판에 사과도 없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예산은 깎고 여야 지도부의 지역구 예산은 챙겼다는 비판에 여당 한 의원은 "지도부 지역에 생긴 예산은 모두 (지도부가) 다 해먹은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반발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예산안 심사 과정을 조금이라도 아는 이들은 이 같은 발언이 '적반하장'임을 안다. "예산안을 통과시키려면 여야 지도부 예산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총선이 끝나서 올해는 그나마 정도가 덜했다"(정부 고위 관계자)는 게 정확한 사실이다. 그만큼 '지역구 예산 챙기기'는 우리 국회의 고질적인 병폐다.

 특히 '해를 넘긴 예산안 처리'가 얼마나 엄청난 사건이었는지 정치권은 모르고 있는 듯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언론에서) 준예산은 피했다고 하지만 사실상 예산안이 통과된 아침 6시까지 '준예산' 상태였다"고 말했다.

 준예산이란 예산이 회계연도 시작 전까지 확정되지 못했을 때 법정기준에 따라 일정한 범위에서 집행하는 잠정 예산이다. 헌법·법률로 설치된 기관과 시설의 유지·운영 , 법률상 지출의무의 이행, 이미 예산으로 승인된 사업의 계속비 등만 지출할 수 있다.

 마치 전력사용이 급증해 최소한 주요 시설만 남기고 단전되는 '블랙아웃' 같은 상황이다. 2011년 9월에 전력 블랙아웃이 발생했다면 2013년 1월 사상 처음으로 '예산 블랙아웃'이 발생했던 셈이다.

 실제로 예산 집행에 문제가 생긴 것은 없지 않느냐고 반박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쇄신국회','일하는 국회'를 표방한 19대 국회가 역사에 없던 기록을 새로 쓴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이는 앞으로 두고두고 나쁜 선례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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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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