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1등은 '창조의 DNA'로 평가 받는다

[MT시평]1등은 '창조의 DNA'로 평가 받는다

전병서 기자
2013.07.16 06:00

역사가 말해주는 패권의 비결은 '스피드'였다. 중세에는 하루에 천리를 달리는 천리마가 국가의 경쟁력이었다. 중원의 대국 한족의 중국을 기마민족인 초원의 몽고족 원나라가 먹은 것도, 동북의 기마민족인 여진족 청나라가 한족을 먹은 것도 비결은 스피드였다.

21세기는 정보의 시대다. 정보가 빠른 나라는 대국이고 정보가 느린 나라는 땅이 아무리 넓어도, 인구가 많아도 소국이다. 지금 21세기 정보화 시대에 하루에 천리가 아니라 1초에 지구를 일곱 바퀴 반을 도는, 하루에 648억 리를 가는 말이 바로 '스마트폰'이다. 손가락 하나로 1초 만에 지구 반대편에 있는 어느 나라, 어떤 정보도 바로 얻는 시대다.

그런데 한국증시에서 스마트폰 원조 애플을 누르고 왕좌에 올랐고 2분기에만 10조 원대에 가까운 이익을 낸 삼성전자의 주가가 속락을 했다. 최고의 이익을 내고도 주가가 속락하는 황망함에 투자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가 속락, 어떻게 봐야 할까.

IT업계 후발주자 삼성은 가전, 반도체, 핸드폰에서 무서운 '추격자의 야성'으로 선발주자를 따라 잡았다. 그러나 1등은 더 이상 이익의 규모가 아니라 '창조의 DNA'로 평가 받는다. 1등 기업은 돈 번 자랑이 아니라 돈 쓰는 자랑을 해야 한다. 1등은 항상 시기와 질투 속에 살아간다. 당대 최고의 천리마를 만드는 기업이 많이 벌었다고 돈 자랑 하면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 많이 벌었다고 자랑할 게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앱 개발에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썼고, 세계 최고의 인재를 스카우트하는데 회사가 휘청거릴 정도로 돈을 썼다고 하면 어떨까.

배당 많이 하는 회사가 좋은 회사가 아니라 배당을 안 하고 회사에 재투자하는 회사가 더 좋은 회사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회사 창업 후 20여 년간 단 한 번도 배당을 안 했지만 주가는 잘 만 올라갔고 대주주는 세계 최고 부자가 되었다. 단물 빨고 언제든 치고 빠지는 헤지펀드들의 논리에 말려 어설픈 배당잔치 하지 말고 진정 ROE를 두 배로 높이는 미래의 투자를 왕창 한다면 그 가능성과 저력에 더 박수를 보내는 것이 투자가들이다.

분기에 10조원을 애플이 못 따라올 신기술과 신제품개발에 돈을 넣고, 전 세계를 상대로 10조원을 걸고 세상에 없는 기막힌 앱을 공모하고, 10조원을 들여 미래의 스티브 잡스가 될 괴팍한 천재들을 전 세계에서 스카우트하고, 10조원은 설비투자를 하는 식으로 번 돈을 쓴다면 시장은 어떻게 반응할까.

2000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빨리, 잘 달리는 천리마를 한국이 만들었다. 이젠 천리마를 부릴 기수만 제대로 양성하면 중국이 아니라 세계도 제패할 수 있다. 생태계에서는 잡종이 순종을 이긴다. 뭐든 겁내지 않고 세계를 누빌 천리마의 기수는 꼭 한국인일 필요도 없다. 검은색이든, 흰색이든 피부색도 상관없다. 세계를 누비려면 모든 피부색이 필요하다. 한국의 태극마크를 달고 전 세계를 하루에 64만8000번 돌아도 안장에서 떨어지지 않을 재주 좋은 기수면 된다.

그런 기수의 연봉은 10억이든 100억이든 달라는 대로 주면 된다. 한국기업이 세계 최고의 연봉을 주는 회사로 알려지는 순간 전 세계 최고의 기수는 모두 한국의 것이다. 그러면 전쟁은 절대 질 수 없는 게임이 된다. 한국의 천리마의 제조공장에, 한국 최고의 대학 전자과에 흰색과 검은 피부의 외국인 엔지니어, 외국인 학생의 수에 답이 있다. 한국 최고기업, 돈 번 자랑하지 말고 돈 쓴 자랑을 하라. 후발주자였던 시대의 '추격자의 야성'은 빨리 버리고 '선발주자의 고뇌'를 과감하게 선택하는 것이 기업을 더 크게 키우고 한국을 살리는 길이다.

그리고 그런 기업이 더 빨리 달리고 좋은 기수들을 양성해 떼돈 벌게 하는 것이 한국의 첨단산업정책이 되어야 한다. 이미 벤처도 세계적인 수준이 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구멍가게 1000개 만들어 봐야 5년 안에 모두 문 닫는다. 세계를 집어삼킬 정도의 똑똑한 놈 열 개를 제대로 지원해 100배 키우는 전략으로 가야 한다. 한국의 똑똑한 벤처기업이 애플을 이기고, 구글을 이기고, 페북을 이기는 날이 오면 한국은 세수 걱정할 필요가 없다. 몇 년 전 소득과표까지 들춰가며 억지로 쥐어짜서 세금 걷는 꼼수 쓰면 망한다. 잘나가는 기업 두 세배로 키워서 스스로 많이 내게 하는 게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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