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개천에서 용 나기' 힘들어지는 사회

[MT시평]'개천에서 용 나기' 힘들어지는 사회

신종국 기자
2013.07.26 06:00

'위대한 개츠비 커브'…부모의 경제적 불평등이 자식에게 세습

/사진=이동훈 기자
/사진=이동훈 기자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자문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앨런 크루거는 2012년 '위대한 개츠비 커브'를 발표했다. 이는 한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을 측정하는 〈지니계수〉와 세대 간 경제적 계층 이동 가능성을 보여주는 〈세대간 소득탄력성〉사이의 관계를 국제적으로 비교한 결과, 경제적 불평등이 높은 나라일수록 부모의 경제적 지위가 자식에게 물려질 가능성이 높은 현상을 가르킨다.

그는 현재 미국 사회는 경제적 불평등이 증가하고 있는데, 만약 이러한 현상이 미래에도 계속된다면 아메리칸 드림 실현이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적절한 세금 및 공공정책으로 이를 교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하버드 대학의 그레고리 맨큐는 『1 퍼센트를 변호하며』라는 최근 논문에서 스티브 잡스와 같은 상위 1%가 얻은 소득의 대부분은 그들이 이뤄낸 혁신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기에 지금의 미국의 경제적 불평등은 크게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즉 그들이 부자가 된 것은 대중들이 애플 제품 같은 혁신 상품을 자발적으로 구매했기 때문이며, 이러한 교환은 효율적이고 모두의 후생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정부는 개입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최근 미국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의 증가는 고학력 및 숙련 노동자에 대한 초과 수요 때문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 많은 사람들에게 대학이나 직업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면 경제적 불평등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은 이러한 주장에 회의적이다. 미국 경제정책원의 로렌스 미쉘은 2000년 이후 상위 1%의 소득은 고학력 노동자의 임금보다 훨씬 빨리 증가했으며, 특히 CEO의 소득은 상위 0.1% 가구의 소득 또는 상위 0.1% 노동자의 임금과 비교해 보았을 때도 훨씬 급격하게 증가했음을 보여줬다. 이는 맨큐의 엘리트 노동시장의 초과수요 때문이라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폴 크루그만은 경제적 엘리트들의 소득의 많은 부분이 독점 이익에서 기인했다며 이들은 사회에 기여하는 것보다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최근 애플은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내기보다 특허소송을 통해 경쟁자를 배제함으로써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또한, 경제적 파이의 크기가 커지지 않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고 있는 반면 노동자의 몫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대졸자 및 숙련 노동자들의 임금 증가는 지지부진하다. 이것은 기업의 독점 이윤의 증가로 설명될 수 있으며, 바로 경제적 불평등 증가의 핵심 요인 중 하나가 된다. 즉 경제적 불평등은 비효율적인 독점의 결과이기에 단순한 교육 기회의 증가로는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시카고 대학의 폴락은 엘리트 계층의 부모를 둔 자식들과 하층 계급의 부모를 둔 자식들이 균등한 기회를 갖고 있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상위 146개 대학의 76% 학생이 상위 1/4 계층의 자녀들이며, 10%학생 만이 하위 50% 계층의 자녀라는 것이다. 그리고 특례입학 같은 제도가 이러한 기회의 불평등을 더욱 악화시킨다고 봤다.

우리나라 역시 미국과 비슷한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계소득 비중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2011년 현재 OECD평균보다 7% 포인트 이상 낮다. 세계 1, 2위를 다투는 높은 대학 졸업률에도 불구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및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 격차는 점점 커져간다. 또한, 영훈국제중학교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유력인사의 자녀들은 부모가 유력인사인 것만으로 좋은 추천서를 받고, 높은 면접점수를 받는다. 이것으로도 모자라면, 학교는 다른 학생의 점수를 깎고, "사회적배려대상자"라는 꼼수까지 동원해 이들을 합격시킨다. 특목고, 자립형 사립고, 강남 소재 고등학교 출신이 서울대 입학자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는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원하는가? 자식들이 부모보다 잘 살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사회를 원하는가? 만약 그렇다면, 다른 아이보다 높은 성적을 얻기 위해 초등학교부터 사교육에 엄청난 돈을 지출하고, 복잡한 입시 전략을 연구해서 자식을 가능한 좋은 대학교에 보내는 것만으로는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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