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는 저축이 국력이라는 표어를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런데, 1990년대 초부터 서서히 저축이 국력이라는 말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 대신 선진화니 세계화니 하는 다분히 구름 잡는 듯한 허망한(?) 개념들만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우연의 일치일지는 모르겠지만, 바로 1990년대 이후 최근까지 가계 저축률이 세계에서 가장 급속히 감소한 나라가 바로 자랑스러운 아~아~ 우리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화제를 약간 돌려보자.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상장 기업 중에서 무려 52%에 해당하는 많은 기업이 이른바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다. 10년 전에는 이 비율이 40%였다. 한편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유동성은 2008년의 185조 엔에서 올해에는 무려 224조 엔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일부 여론으로부터 일본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투자에 매우 소극적이며 일본경제의 재활에 커다란 장애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난의 눈총을 따갑도록 받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대기업들이 현금 등 유동성을 200조 원이나 보유하고 있으면서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서 고용이 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으나 이는 지나치게 단순하고 다분히 정치적인 선입견이라고 반박해주고 싶다.
과거에는 가계가 저축의 주체이며 기업은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하여 투자를 하는 투자의 주체이기 때문에 일시적인 유동성은 몰라도 장기적으로 과잉(?) 유동성을 보유하는 사태는 거의 없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다른 나라들도 사정은 대동소이하였다. 그동안 과거의 낡은 경제학 교과서도 대부분 기업을 투자주체로서 인식하여 왔기 때문에 기업의 과잉(?) 유동성은 마치 비정상적인 현상 내지는 정부에 비협조적인 태도처럼 잘못 인식될 근거를 이론적으로 제공하여 왔다고 본다.
그러나 경제학 교과서도 다시 써야 할 정도로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이미 지난 1980년 이후 주요 국가들에서 기업의 저축률은 상향추세로 반전하기 시작해서 기업의 저축은 GDP의 10% 수준에서 2008년에는 이미 13.3%로 상승했으며 최근에는 가계와 정부와 기업의 저축을 모두 합한 총 저축에 대한 기여도가 70%를 넘었다. 2000년에서 2009년 사이 미국·유럽 및 일본·중국·한국 등 주요국가 기업들의 유동성 보유액은 무려 1.7조 달러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 됐다.(*2010.12월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 보고서 참조)
심지어 독일, 영국, 일본 등에서는 기업의 저축금액이 기업의 투자금액 보다 커서 기업부분이 저축의 순공급자(net suppliers of capital)로 역할이 변동하기까지 했다. 반대로, 지난 30년간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가계 저축률은 지속적으로 감소되고 있는 추세다.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의 평균적인 가계 저축률은 1980년 GDP대비 12.3%에서 2008년에는 6.1%로 반토막이 난 상황이며, 특히 1990년 이후 최근까지 20년간의 변화만을 보면 놀랍게도 가계부분의 저축률 감소가 가장 두드러진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이다. 저축이 국력이라는 개념조차 상실한 우리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은 지나친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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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되기 훨씬 전인 2008년에 중국은 이미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저축강국으로 변모해 있었다는 점을, 그리고 이미 2008년에 중국의 연간 저축 총액이 그동안 근면저축의 대명사로 알려져온 일본의 두 배를 넘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1978~1998년 중국의 최종 소비율은 연평균 62% 수준이었으나 중국경제가 비약적인 성장을 달성한 1998~2010년에는 46.5%로 감소해 오히려 국내저축은 급증했다. 과거 한국경제나 최근 중국경제의 도약에 있어서 저축이 기여한 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