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대출의 또 다른 모습

[MT시평]대출의 또 다른 모습

안수현 기자
2013.09.27 06:00

최근 글로벌 금융에서 통화가 화두다. 그런데 연일 기사에서 접하는 통화는 국내 금융소비자의 보호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은행은 대출상품으로 일반 원화대출 외에도 엔화나 달러 등 외화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을 사업자를 대상으로 판매해왔다.

보통 외화대출은 일반대출보다 저리로 대출받을 수 있는데다 은행도 대출영업을 확대할 수 있어 차입자와 은행 모두의 구미에 맞기 때문이다. 특히 엔화대출은 2006년 일본의 저금리와 엔화 하락추세의 영향으로 대폭 늘어났다.

그런데 2007년부터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엔화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2006년 1월 100엔당 800원대를 형성하던 환율이 2008년 3월쯤에는 1000원대를 넘어 2009년 1월쯤에는 1500원대로 상승했다. 이로 인해 차입자는 엔화대출 원금에는 변동이 없지만 원화로 환산한 대출 원금은 큰 폭으로 증가했고 대출금리가 변동되지 않더라도 원화로 환산한 이자 역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차입자의 신용등급마저 떨어져 가산금리의 인상까지 가져오는 등 환차손 뿐 아니라 금리상승에 따른 이중고를 경험하기에 이르렀다. 즉 변동금리부대출의 경우 기준금리가 무엇인지, 이자율이 얼마인지는 대출거래의 핵심조건이 되는데 외화대출의 경우 여기에 단순히 환위험이 추가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용등급의 저하와 가산금리의 상승 등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엔화대출을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았는데, 최근 하급심인 서울고등법원(2013.4.4 선고, 2011나76114)이 외화대출은행에 대해 차입자에 대한 설명의무를 인정하면서 향후 대법원의 판결결과가 주목된다. 더구나 일부은행들은 당사자 간에 대출거래조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이자율의 결정요소가 되는 기준금리임에도 불구하고 '3월 기준금리+○%' 내지는 '단기외화대출 기준금리+○%'라고 하여 금리요소 중 변동가능요소를 명확히 기재하지 않은 채 계약서를 작성, 차입자는 이자가 어디에 연동되는지도 모른 채 계약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은 엔화대출과 관련한 차입자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증가에 대한 분쟁을 예방하고자 2010년 8월 30일 '외화대출 관련 금융소비자 보호강화 및 여신심사체계 개선을 위한 모범규준'을 제정하였는데 이로 인해 현재 은행은 외화대출 이전에 외화대출의 구조 및 리스크를 충분히 설명해야 하고 리스크 요인에 대한 질문형식의 위험고지확인서를 차입자 자필 서명을 포함하여 제출받지 않으면 안 된다.

또 외화대출의 리스크요인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안내책자를 교부하고, 외화대출의 위험 고지가 적정하였는지 여부에 대해 사후 점검 및 점검 결과 위험고지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차입자에게 보완 설명을 해야 한다. 이외에 외화대출 차입자가 원하는 경우 대출기간 중 환율 및 금리 변동현황 등 환리스크 관리에 필요한 정보를 주기적으로 제공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지침은 행정지도에 불과하여 상위규범인 법률에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점에서 2012년 7월 국무회의를 통과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률제정안'은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금융상품판매업자에 대하여 설명의무와 적합한 상품을 판매하도록 하는 적합성 원칙을 부과하고 있는데, 이러한 조치는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 금융상품에 대출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법안에서는 외화대출과 관련하여 어떠한 사항을 설명하여야 하는지가 분명하지 않지만 대출시 은행의 설명의무와 적합성원칙을 준수하게 하는 것은 차입자인 금융소비자의 적절한 선택과 판단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은 다른 기업보다도 이용자들의 강한 신뢰를 받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신뢰에 부합하도록 충실하게 설명하고 적합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금융회사의 본연의 임무이고 존재 의의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행동규범을 법으로 의무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까지 이른 것은 그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현 시점에서 금융기관의 보다 신중한 경영전략과 위험관리태세가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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