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지난 26일 내란예비음모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제 그의 유죄 여부는 법정에서 가려지게 되었지만, 이 사건에 대한 민심의 판결은 이미 내려졌는지도 모른다.
국정원의 의도대로, 많은 사람들은 이 의원이 지난 5월 통합진보당 모임에서 했다는 발언에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고 또 말 못할 '황당함'을 느꼈다. 그래서 거의 한 목소리로 그들의 '시대착오'를 개탄했고, 민주당은 물론 진보진영 다수가 그들에게서 등을 돌렸다.
확실히, "최종 결전의 결사, 미국놈과 붙는 대민족사의 결전기에" 등과 같은 발언은 1980년대 주사파 운동권의 언어 그 자체다. 그 발언에서 30~40년 전의 자기 모습을 뜻하지 않게 대면하게 된 많은 사람들도 당황해하며 그들을 '시대착오'라고 비난하는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이런 반응은 어딘가 위선적이다. 1980년대에 북한체제와 주체사상을 신봉하거나 주장한 것은 그럴 만 했지만, 2013년에도 그것을 옹호하거나 인정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시대착오'라고 치부하는 것은 과연 합당한가.
주체사상은 예전이나 지금도 옳은 것이거나, 혹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모두 옳지 않은 것일 수는 있다. 사회주의 사상도 신자유주의 이념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최소한으로는 개인적 판단과 선택의 문제이며, 최대한으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구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하지만 예전에는 그것이 옳았거나 옳았을지 모르나 지금은 분명히 잘못된 '시대착오'라고 말하는 것은, 예전의 입장을 진정으로 반성하지 않는 한, 너무나도 간편한 자기 합리화이자 위선으로 들리기 쉽다.
더욱이 '시대착오'라는 딱지는 굳이 주체사상이 아니라도 어떤 하나의 분명한 신념을 좇아 사는 사람들을 부당하게 폄훼하는 문제가 있다. 주체사상이 사이비 종교든 혹은 훌륭한 정치사상이든, 어쨌든 그것은 세상을 보는 하나의 근본적인 관념체계이기 때문에, 언제라도 '시대착오'가 될 수는 없다. 모든 종교와 철학과 사상이 세상을 이해하는 자기 고유의 근본 관점은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으며, 어떤 점에서는 여전히 현실 적합성을 가질 수도 있다.
공자의 윤리, 마르크스의 사상, 사회민주주의 이념, 케인즈주의 이론, 심지어는 신자유주의 원리가 그렇듯이 말이다. '자유론'의 저자 존 스튜어트 밀은 "어떤 문제에 관한 것이든 통설이나 다수 의견이 전적으로 옳은 경우는 드물거나 아예 없다"고 했다. 그래서 일정 부분 진리를 담고 있을 다양한 대립하는 의견들이 서로 부딪치게 해야지, 통설과 다른 의견을 '시대착오'라고 손가락질하고 침묵을 강요할 수는 없다.
이 의원이 지난 5월 모임에서 했다고 알려진 발언들에서 아무리 큰 충격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것이 대다수 남한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또 그 위협이 명백하고 현존하는 것임이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 영역에 넣어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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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유재산을 부정하는 의견을 신문지상에 발표했다고 해서 그것을 법률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했다. 밀의 말에 동의한다면, 남북한 사이의 전쟁 상황에서 북한 체제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우겠다는 그날의 발언 자체만을 가지고 그들을 법률로 단죄하는 것은 자유주의 원리에 위배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자유주의의 적에게는 자유를 허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러한 논리로는 북한의 인권 문제를 비난할 수도 없다. 자가당착의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주체사상은 자유주의를 용납하지 않지만 자유주의는 주체사상도 용인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개방성이 자유주의가 전체주의보다 더 큰 생명력과 힘을 갖는 이유다. 이석기와 북한과 그 밖의 전체주의자들이 진정으로 깨달아야 할 역사의 진실은 자유주의를 수령 전체주의나 시장 전체주의 실현의 수단이나 핑계로 삼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