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딧불이 깜박이던 한 여름밤, 불협화음에도 정겹던 풀벌레 노래”(박인걸, 「그해 여름밤」)라는 시구처럼, 깊어가는 한여름밤 은은하게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는 열대야로 잠 못드는 이들에게 좋은 배경음악이 되곤 한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 이런 잔잔한 풀벌레 소리가 떼를 쓰듯이 질러대는 매미울음소리에 덮여 들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
최근 국립환경과학원이 도심지 주거지역 16개 지점의 주야간 매미 소음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야간(평균 72.7dB) 및 주간(평균 77.8dB)의 매미울음소리는 도로변 자동차 주행소음(평균 67.9dB)보다 큰 것으로 조사되어 새로운 생활소음원으로 파악되었다. 특히 야간의 매미 울음소리가 도로변 자동차 주행소음보다 크다는 것은 의아스런 결과였는데 보통 매미는 낮시간에 짝짓기를 비롯한 대부분의 활동을 하는 곤충이기 때문이다.
추가적인 조사결과 야간에 매미가 우는 지점의 가로등 아래 조도는 153~212룩스(lx), 울지 않은 지점은 52.7~123룩스(lx)로 나타나 야간에 인공조명으로 지나치게 밝은 지점에서 매미가 우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과도한 인공조명이 자연생태계의 흐름을 뒤바꾸어 놓았고 이로 인한 악영향이 고스란히 인간에게 돌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인류가 전구를 발명한 이래 밤을 대낮처럼 밝히는 인공조명은 우리 삶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휘황찬란한 거리의 야경은 고도 경제성장의 상징이지만 한편으로는 밤낮없이 바쁜 우리 삶의 고달픈 모습이다.
영국 드몽포르 대학교의 마틴 모건 테일러 교수는 “인간은 생체시계를 갖고 있고 낮에는 빛 속에, 밤에는 어둠 속에 살게 되어 있다”며 “야간근무자가 유방암 등 특정한 암에 걸리는 비율이 높았는데 어둠속에서 지내야할 밤에 인공조명으로 빛에 노출돼 멜라토닌의 균형이 무너진 결과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근 덴마크에서는 20~30년간 일주일에 최소 1일 정도 야간근무를 했던 여성승무원들의 유방암 발병에 야간근무에서 노출된 인공조명이 영향을 줬다며 직업병으로 인정한 판례도 있다.
인공조명이 자연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지속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이 2011년 5월 발표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6~10룩스(lx) 밝기의 빛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벼 수확량의 16%, 보리는 20%, 들깨는 94%가 각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비의 날개짓처럼 작은 요인이 큰 변화를 유발하는 것을 가리켜 나비효과라고 부른다. 오늘날 과도한 인공조명은 국민건강과 생태계의 건전성을 해치는 것은 물론, 농작물 수확량 감소와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 등 다양한 사회문제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적절한 관리가 필요한 생활오염원이다.
인공조명의 부적절한 사용으로 인한 ‘과도한 빛’과 비추고자 하는 영역을 벗어나는 ‘새는 빛’을 일러 빛공해라고 한다. 빛공해는 적절한 밝기조절과 방향조정을 통해서 줄일 수 있다. 특히 갈수록 발달하는 조명 기술은 빛공해 저감과 에너지 절감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환경부는 안전하고 쾌적한 조명환경 조성을 위해 2018년까지 빛공해의 절반을 저감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해 ‘빛공해방지종합계획’을 세우고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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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종합계획은 빛공해 저감을 위한 법제도 정비, 관련기술 개발, 교육 및 홍보 대책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빛공해방지종합계획’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1차 계획이 완료되는 2018년에는 전반적인 빛공해 방지정책의 기반이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
고즈넉한 밤과 안락한 수면은 내일의 활기찬 삶을 위해 자연이 주는 선물이다. 이제는 빛을 지혜롭게 사용하고 관리하는 문화를 정착시킬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