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그 때 그 관료들, 지금 떳떳한가

5년 전 그 때 그 관료들, 지금 떳떳한가

양영권 기자
2014.09.25 06:29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가격 문제에 대해서는 늘 이런 저런 얘기가 나올 수는 있습니다."

2009년 11월3일 열린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전체회의. 그 해 국정감사를 정리하는 자리에서 한국석유공사가 한달전 인수한 캐나다 자원개발업체 하베스트(하비스트)에너지의 가격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머니투데이가 인수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기사를 잇따라 내보낸 것을 계기로 논란이 커지던 상황이었다.

☞ 2009년 10월 29일 보도 '캐나다 언론, "석유公 바가지 썼다" '참조

국회에 나온 당시 지경부 장관은 주승용 민주당 의원이 "부채가 많고 인기가 없어 누구도 인수를 할 의향이 없었는데 지나치게 비싸게 계약했다"고 하자 큰일에 으레 뒤따르는 상투적인 비판쯤으로 치부했다. 나아가 "47%의 경영권 프리미엄은 적정한 것으로 본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덧붙였다.

그로부터 채 5년이 지나지 않은 이달 초, 한국석유공사는 하베스트의 자회사 노스아틀랜틱리파이닝(NARL)을 900억원에 매각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공사가 하베스트를 매입할 때 들인 금액 4조5000억원 가운데 1조원은 NARL의 가격이었다. 매매 차손으로만 9100억원을 날린 것이다. 운영기간 동안 본 수천억원의 손실은 별개다.

하지만 5년 전 인수에 관여한 이들은 침묵한다. 서문규 석유공사 사장이 지난해 국감에서 “NARL 손실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을 뿐이다. 서 사장은 하베스트 인수 협상이 진행될 때 부사장이었기 때문에 인수에 완전히 책임이 없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더 책임이 크고 무거운 이들은 인수를 진두지휘한 관료들이다. 그런 관료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출입기자들 앞에서 직접 하베스트 인수 브리핑을 했던 김모 당시 지경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지경부 2차관을 지냈고, 현재는 국내 굴지 기업 사외이사와 로펌 고문을 겸하고 있다. 당시 지경부의 에너지 자원 정책을 담당했던 김모 차관은 대기업 계열사 사장을 역임하고 지난해 말 공기업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국회에까지 나와 절대 비싼 값이 아니라고 항변했던, 지경부를 책임졌던 이는, 현재 한국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이가 돼 있다.

당시 유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고, 정권 차원에서 석유 자주개발률을 높이기 위해 드라이브를 걸었던 만큼, 관료의 책임은 제한돼야 한다고 반박할 수 있겠다. 관료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책임을 물을 경우 '복지부동'의 폐해만 생길 것이라는 지적에도 어느 정도는 동의한다.

하지만 하베스트는 과도한 부채와 경영난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던 회사였다. NARL은 석유공사에 인수되기 전 단돈 1달러에 거래된 적도 있다. 자기 돈이라면 그런 회사에 투자했을까. 관료들이 최소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라도 다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게다가 관료들은 인수 대상의 가치를 부풀리기까지 했다. 정부는 보도참고자료에 하베스트에너지의 광구 확인 매장량이 2억1990만 배럴이라고 적시했지만 하베스트의 기업자료에 따르면 확인 매장량은 1억5000만 배럴 수준에 불과했다. 정부가 불확실한 '추정매장량'까지 '확인매장량'에 포함시켰던 것이다.

천문학적 혈세 낭비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는 관료들이, 지금도 중요한 정책을 만드는 데 깊이 관여하고 있다. 과연 그들은 5년 전 결정에 대해 떳떳할 수 있을까. 그리고 5년 뒤에도 떳떳할 정책을 지금 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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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권 기자

머니투데이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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