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흉가(凶家)'에 들어선 윤종규

'CEO 흉가(凶家)'에 들어선 윤종규

김진형 기자
2014.11.10 07:00

[우리가 보는 세상]

2001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해 출범한 통합 국민은행의 역사에서 끝이 좋았던 CEO를 찾기 어렵다. 고 김정태, 강정원, 민병덕, 이건호 행장 등 4명의 은행장과 황영기, 어윤대, 임영록 회장 등 3명의 회장이 거쳐 갔지만 징계를 받지 않은 최고경영자(CEO)가 없다. 그 중 5명(고 김정태, 강정원, 이건호 행장, 황영기, 임영록 회장)은 모두 중징계를 받아 임기 전에 자리를 내놨다.

그래서 KB금융을 'CEO의 무덤'이라고 부른다. 누구는 KB금융을 'CEO 5명이 죽어 나간 흉가'라고 칭했다.

윤종규 회장 내정자. 그는 스타가 사라진 금융권에 '스타 CEO'가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상고 출신으로 은행에 입행해 공인회계사, 행정고시 차석(시위 경력으로 최종 임용은 안됐다), 국내 최대 회계법인 부대표, 통합국민은행 CFO와 KB금융 부사장. 그리고 결국 KB금융 회장에까지 올랐다. 인생 자체가 흥행 요소를 갖고 있다. 두 명의 자녀 중 딸은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로 재직 중이고 아들은 2007년 공인회계사 최연소 합격에 이어 최근 사법고시 2차에 합격했다.

윤 내정자가 취임 후 해야 할 일은 많다. 무너진 직원들의 자존심을 회복시켜야 하고 리딩뱅크 KB금융의 위상도 되찾아야 한다. 당장 주전산기 선정 문제, LIG손해보험 인수도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 이어질 KB금융의 역사를 놓고 보면 그에게 주어진 '역사적 사명'은 'CEO 흑역사'를 끝내는 것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직원들의 자존심도, 리딩뱅크의 위상 회복도 사상누각이 될지 모른다. 사실 KB금융의 추락은 고 김정태 행장의 퇴임 후 '잘못된 CEO의 선임과 그들의 비극적 말로'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내부 승계 프로그램이다. 또 외부에서 CEO가 투하된다면 임직원의 줄서기 관행과 상대방 흔들기를 끝낼 수 없다. 윤 내정자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회장 후보로 추천된 후 그의 일성은 "내부 승계 전통을 만들겠다"였다.

그 스스로가 내부 승계 프로그램에 따라 경쟁을 겪어봤다. 재무·전략통이었던 그가 개인영업 부행장을 맡았던 이유가 '영업력을 증명해 보이라'는 CEO 후보 테스트였다.

상당수의 CEO들이 연임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정통성이 떨어지는 CEO일수록 일찍 시작하고 비밀리에 진행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만한 후보들의 싹을 자른다. 오너가 없는 금융회사들에서 이 같은 흔적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KB금융도 마찬가지였다. KB금융이 극심한 인물난을 겪는 이유다. 그래서 윤 내정자의 역사적 사명은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만한 후보들을 키우는 것'이다. CEO 흉가, KB금융에 붙은 귀신을 쫓기 위해 윤 내정자 스스로 제물이 돼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윤 내정자의 연임 기회가 자연스레 열릴 것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진형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김진형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