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현민, '문보살' 문희준에게 배워라

대한항공 조현민, '문보살' 문희준에게 배워라

양영권 기자
2015.01.08 06:0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조현

민 대한항공 전무가 최근 트위터 계정을 삭제했다 다시 살린 게 화제가 됐다. 대한항공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그의 업무는 '통합커뮤니케이션실 광고,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및 커뮤니케이션전략 담당 겸 여객마케팅부 담당'이다. 공식 업무가 SNS 담당인데, 대표적인 SNS인 트위터를 접으려 했던 것이다.

한 달 전 벌어진 언니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과, 자신의 '모든 임직원들의 잘못'이라는 이메일, '복수하겠어'라는 문자 등을 둘러싼 논란이 탈퇴의 직접적인 배경인 것으로 짐작된다. 일거수일투족이 비판의 대상이 되는데, 트위터 내용이 또 다른 비판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현재 밝혀진 내용만으로도 땅콩회항 자체와, 초기 대응, 회유시도 등은 사회적 비판은 물론 법적인 처벌을 받아야 할 대상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구속 기소됨으로써 '처벌'은 법원에 맡겨졌다. 다른 기업들은 이번 사태를 타산지석 삼아 그룹 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뭔가 꺼림칙하다. 기업인과 일반인의 소통이 위축될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과거 활발한 SNS 활동을 했던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정치적, 사회적 이슈와 얽히는 바람에 트위터를 접었던 사례가 떠오른다.

조 전무의 처신에 부적절한 면이 있지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도 많다. 그가 '실력 없이 부모 잘 만나 대기업 임원까지 오른 이'로 알려진 것이 대표적이다.

조 전무는 첫 직장이 LG애드(현 HS애드)였다. 벤츠 신차 발표회를 대한항공 격납고에서 치른 것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LG애드 근무 2년 만에 조양호 회장이 "그렇게 야근을 밥 먹듯이 하며 고생할 거면 우리 회사에 들어와서 하라"고 해 대한항공 과장으로 '스카우트' 된다.

회장 딸이 아니었다면 2년 경력에 과장 특채는 불가능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가 지금의 위치에 오른 것이 순전히 '낙하산'인 것은 아니다. 그는 대한항공에서 광고를 맡으면서 두각을 보였다. 이전까지 항공사 광고는 비행기나 승무원의 모습, 항공 노선 등을 단편적으로 보여준 게 대부분이었다. 대한항공도 마찬가지였다.

조 전무는 관행을 깨고 스토리텔링 광고를 선보였다. 2010년 방영된 TV 광고 ′뉴질랜드′ 편에선 스스로 번지점프 도약대에 섰다. '어디까지 가봤니', '내가 사랑한 유럽', '누구나 저마다의 여행이 있다' 등이 그의 손에서 나왔다.

대한항공은 광고 덕분에 젊은 이미지로 변신했다. 지난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취업하고 싶은 직장'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수차례 대한민국 광고대상을 수상했고, 조현민은 서울 AP클럽 ′올해의 홍보인′으로 뽑혔다.

조 전무는 SNS를 즐기고, 친분이 있는 기자들과 자주 만나고, 방송에도 출연하는 등 비교적 소통에 활발했다. 그런데 그 접점을 닫으려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오해는 깊어진다. 더군다나 이번 사태가 커진 데는 조양호 회장이 "왜 사실대로 말해주는 사람이 없나"라고 말했을 정도로 소통 부족도 있지 않은가.

과거 '100만 안티'를 몰고 다녔던 가수 문희준이 '문보살'이라는 별명의 '호감'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사례를 복기해볼 때다. 그의 비결은 바로 낙천적이고 솔직한 '소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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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권 기자

머니투데이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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