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 박근혜정부 복지개혁 ‘두 얼굴’

[MT시평] 박근혜정부 복지개혁 ‘두 얼굴’

김원섭 기자
2015.01.09 07:36

정치학에서 전해오는 유명한 격언에 따르면 보수정당이 중도화하고 진보정당이 분열되어 있으면 보수당이 선거에서 이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이 교훈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새누리당은 복지와 경제민주화 약속에 힘입어 선거에서 승리했다. 집권한 지 2년이 지난 지금 박근혜정부는 복지확대를 제대로 하고 있는가?

이미 내버려진 경제민주화 약속에 비하면 복지분야에서 새 정부는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기초연금 도입은 대선 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혁은 박근혜정부의 복지이념인 맞춤형 복지의 실현이었다. 이런 점에서 두 개혁은 박근혜정부 복지정책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먼저 기초연금 도입은 우리나라의 노인복지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꾸었다. 기초연금 도입 전엔 공무원, 군인, 교사를 제외한 일반 국민들은 제대로 된 연금을 받지 못했다. 국민연금의 급여수준은 매우 낮고 그나마 노인의 30% 정도만 받을 수 있다. 또한 기초노령연금의 급여도 9만원으로 턱없이 적었다. 기초연금 도입으로 많은 노인이 20만원까지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동시에 받는 노인들은 적지 않은 액수를 국가로부터 받게 된 것이다.

다음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혁도 빈곤완화에 기여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기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그 성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중요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빈곤한 사람들의 40% 이상이 급여를 받지 못했다. 이는 주로 부양의무자 기준과 같은 엄격한 선별 기준 때문이었다. 또한 기존 제도는 수급자들에게만 생계급여, 교육급여, 주거급여, 의료급여 등 많은 급여를 몰아서 지급했고 가난하지만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이러한 소위 '올 오어 나싱'(all or nothing) 원칙 때문에 많은 수급자는 본인의 힘으로 하루빨리 가난을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소득이 생기면 잃는 것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부분적으로 완화했다. 그리고 맞춤형 급여를 도입해 생계급여를 받지 않고도 교육급여, 주거급여, 의료급여 등의 급여를 개별적으로 수급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개혁으로 수급자의 수는 140만명에서 210만명으로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이와 같이 박근혜정부의 복지개혁은 단기적으로는 복지확대를 지향한다. 특히 우리나라 복지제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복지사각지대 해소에 기여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와 같은 자유주의 정부뿐 아니라 보수주의 정부도 이제는 복지의 확대를 약속하고 실현하는 것이다. 하지만 단기적 시각이 전부는 아니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기초연금제도는 국민연금의 급여와 연계되어 국민연금의 장기 가입 유인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또한 기초연금 급여가 소득이 아니라 물가에 연동되어 급여수준이 장기적으로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보다 심각한 것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혁에서 발견된다. 개혁은 단기적으로는 급여수준을 올리고 수급자도 확대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수급자의 권리가 상당히 훼손됐다. 기존 제도는 최저생계에 대한 국민의 권리를 원칙적으로 구현하고 있었다. 이를 위해 최저생계비 결정 과정도 법적으로 까다롭게 규정됐다. 하지만 개혁 후 수급자 선별과 급여수준 결정은 많은 부분 정부의 행정적 재량으로 결정됐다. 이 상태에서는 정부 재정이 어려워지거나 정부의 재정적 우선권이 변경되면 이는 곧바로 급여수준 하락이나 수급자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정부의 복지개혁은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이는 먼저 약속한 복지확대의 실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복지확대가 복지에 대한 권리의 약화와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이 박근혜정부의 복지개혁을 전적으로 지지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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