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8과 2345만, 그리고 0.1%. 이 세 가지 수치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이 숫자들은 한 마디로 현재 우리나라 제조업이 처한 상황을 대변하는 데이터들이다.
첫 번째 숫자 52.8은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매월 발표하는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의 지난 5월 수치다. 기준점인 50 아래에 있으면 경기위축을, 50을 상회하면 경기확대를 의미하는데 다소 등락은 있지만 30개월 연속 50 이상을 유지하는 중이다. 세계적 저성장 기조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제조업이 활기를 잃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두 번째 숫자 2345만은 지난해 중국에서 팔린 자동차 대수다. 내수시장이 150만대 안팎에 불과한 우리나라는 상상조차 힘든 규모다. 강력한 내수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쌓은 중국산 자동차들은 이미 미국 시장에 진출해 국내 자동차업체들을 위협한다.
세 번째는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조사해 발표한 지난해 중소제조업 생산증가율이다. 최근 3년간 중소제조업 생산증가율은 2012년 0.3%, 2013년 1.5%, 2014년 0.1%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다. 미국은 달아나고 중국은 쫓아오는 사면초가의 상황. 이것이 우리 제조업이 맞닥뜨린 위기의 실체다.
미국은 어떻게 제조업 살리기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미국도 한때는 대다수 기업이 싼 임금을 찾아 남미나 동남아로 생산라인을 이전하면서 ‘제조업 공동화’가 심각했다. 그렇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성장동력으로서 제조업의 역할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에 오바마정부는 인공지능, 로봇 등 첨단산업에 투자하는 한편 본토로 생산라인을 되가져오는 리쇼어링(reshoring) 기업에 세금을 감면해주는 등 제조업 부활에 시동을 걸었다.
그 결과 미국은 제조업 체질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너럴일렉트릭(GE), 포드를 포함한 리쇼어링 기업이 늘면서 2010년 이후에만 64만명의 신규고용이 창출됐다고 한다. 공장의 생산효율성이 높아진 것은 물론이다.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과 3D프린터로 부품을 제작함으로써 설계기간은 최대 60%, 설계비용은 최대 45%나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제조업 육성으로 경제를 일으켜 세운 우리나라도 스마트 제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난해 ‘제조업 혁신 3.0’ 구상을 내놓은 데 이어 올 3월 시행대책도 발표했다. 일단 기업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지난해 중소기업 100여곳을 대상으로 스마트공장 시범사업을 추진했는데 불량률이 32.9% 낮아지고 매출액은 16.8% 증가했다는 설문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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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가운데 지난 15일 미국 워싱턴에서 처음으로 열린 ‘한·미 제조업 혁신포럼’은 한·미 양국 관계자가 제조업의 경쟁력 업그레이드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공유하고 교류하는 장이 되었다. 특히 참석한 기업 관계자들은 상대국 기업과의 기술협력을 통해 개방형 혁신을 모색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행사가 열린 버지니아주의 첨단제조업혁신센터는 당장 내년부터 한국 기업과의 공동 연구개발을 위한 자금 100만달러를 내놓기로 해, 의미 있는 협력 사례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제조업은 기술발전을 바탕으로 여타 산업의 경쟁력까지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반이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수출주도형 산업구조를 지닌 우리나라의 경우 수출 증가의 원동력이 되는 제조업에 우리 경제의 미래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제조업 경쟁력 살리기에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친다면 창조경제 완성이라는 목표도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 것으로 본다. 사실 우리는 이미 열쇠를 쥐고 있다. 그 열쇠로 창조경제라는 상자를 열 것인지 말 것인지는 앞으로 우리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