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 어느 중국포럼 참관기

[MT 시평] 어느 중국포럼 참관기

정영록 기자
2015.07.10 03:26

진리췬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 준비위원회 사무총장(현재 총재로 내정)의 발언이 끝났을 때였다. 국내외 많은 참석자가 진리췬을 우르르 에워쌌다. 다른 참석자들의 발언 이후에는 보지 못한 광경이었다. 곧 거물이 될 인사와 사진을 찍거나 명함이라도 한 장 받아두자는 생각일게다. 지난 6월 말 베이징에서 열린 ‘제4회 세계 싱크탱크포럼’에서의 일이다. 주제는 시진핑 주석이 주창하는 친환경지속성장, 친서민정책의 실행방안 논의였다.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전직 고위공직자, 학자, 그리고 유관기업인이 다수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중국은 이런 행사를 개최해 국론을 한쪽으로 모으기도 하고 실제로 해외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구하기도 한다.

필자는 이 포럼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첫째, 중국이 엄연히 세계 운영의 한 축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많은 참가자가 인사말 한마디를 넘어 아예 한 문장만이라도 중국어로 하는 경우가 늘었다. 정말 판이 바뀌고 있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이런 회의에 전문가군을 보내야 한다. 경제관계 연구기관 가운데 대외관계를 책임지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뿐만 아니라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연구원(KIET) 인사도 참석해야 하지 않을까? 소위 중국전문가만이 아니라 분야별 한국의 최고 전문가가 합쳐서 참석해야 한다. 중국의 변화와 주류층의 생각을 실시간으로 파악해야 한다. 중국의 변화가 우리에게 미칠 영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둘째, 고위 퇴직자들 활용방안에 대한 생각을 다시하게 되었다. 포럼을 주관한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CCIEE)에는 전직 경제부총리 쩡페이옌을 이사장으로 하고 경제부처 출신, 장관, 차관 등을 포함한 수십 명이 참석했다. 국장급이 지휘하는 사무국의 파견인사도 일부 보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위 공직자가 은퇴할라치면 상당수가 전관예우가 가능한 자리를 기웃거린다. 특히 법률사무법인을 선호하는 것 같이 보인다. 지금은 고위 공직자가 이해상충기관 3년 취업금지 규정에 묶여서 대놓고 그런 전관예우를 향유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문제는 공직경험이라는 소위 공공재를 활용하지 못하게 되어 버린다는 점이다. 기껏해야 개인의 역량으로 대학교 초빙교수 자리로 옮겨 자신의 경험을 사회에 환원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일부에서는 소위 경력세탁으로 비난받는 실정이다. 실무경험은 많지만 이를 교육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간단치 않기 때문일 게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중국처럼 이런 단체를 만들어 이들의 경험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셋째, 미·중 관계가 꼭 대결로만 치닫고 있지만은 않다. 이번 회의에서도 미국의 많은 참석자가 중국의 변화를 추적할 뿐 아니라 미국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개진했다. 기업체 관계자도 대거 참석해 중국 내 비즈니스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급성장 지역에는 그만큼 국내 공급으로만 채울 수 없는 비즈니스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은 으르릉거리는 것처럼 비쳐진 일·중관계도 평소 생각만큼은 아니었다. 일본 전문가도 대거 참석해 중국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일본으로서도 그만큼 중국과의 관계강화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재미난 것은 중국에서 열리는 여느 국제회의처럼 주말을 끼고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휴일인 주말에 왜? 라는 반응을 보일지 모른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해가 된다. 중국처럼 광대한 국가에서는 전국에서 모일 참석자들의 편의를 위해서일 게다. 물론 해외 참석자들의 편의도 고려해서다. 중국의 실용성과 융통성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안타까운 것은 몇 십 명이나 나가 있는 우리 공관인사나 기업인은 잘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특파원단에서 이 포럼을 취재했다는 보도를 보지도 못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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